“그래핀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소재는 에너지·반도체는 물론이고 생물학 분야로까지 응용할 수 있어 전 산업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백종범 UNIST 교수는 그래핀 대량 생산기술 권위자다. 그는 2011년부터 그래핀 화학적 생산 방법 단점을 해결한 ‘EFG(Edge Functionalized Graphene)’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이 분야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EFG는 흑연 가장자리에 선택적으로 쐐기 분자를 결합해 그래핀에 결함을 주지 않은 채 박리해내는 신기술이자 새로운 그래핀이다. 친환경적이면서 저렴하게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 교수와 UNIST는 지난 1월에 10억원 기술 이전료를 받고 덕양에 이전했다. 상용화되면 총매출액 1.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다.
2008년 UNIST에 들어 온 백 교수는 그동안 130여편 논문을 발표했고, 발표 논문은 국내외 4000회 이상 인용됐다. 2011년에 국가기술자문위 우수연구성과 100선,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성과 50선에 뽑혔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10년부터 그래핀 응용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물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핀은 실리콘보다 전도도가 100배 이상 높고,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지만 휘어지기 성질을 갖춰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하지만 전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제어하는 기술 부족으로 아직까지는 반도체 소재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백 교수는 최근 화학적 합성법을 통해 탄소와 질소를 일정한 비율로 섞은 새로운 2차원 구조체(C2N-h2D 크리스탈)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전기적 신호에 따라 전류 흐름을 통제하는 ‘띠 간격(band gap)’을 지녀 반도체에 적용 가능하고, 전기적 반응 속도는 기존 반도체 소재보다 100배 이상 높다.
그는 “현존하는 반도체 소재의 데이터 처리 속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그래서 그래핀을 능가하는 물질로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로 토대로 올 초 미래창조과학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에 선정돼 9년 동안 최대 73억원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백 교수는 ‘차원조절 유기구조체 연구단’을 이끌며, 새로운 유기물 구조체를 제조하고 이를 반도체 소자, 광전자소자, 자성체, 에너지 저장 및 변환소재로 응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백 교수는 “그 동안의 그래핀 연구에서 그래핀 응용 한계를 알게 됐고, 나아가 그래핀을 능가하는 물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며 “그래핀을 훨씬 능가하는 신물질을 만들고, 이를 소재로 상용화해 소재분야의 혁신을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