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13년간 유지한 시장점유율 50%가 붕괴됐다.
2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 시장점유율은 49.7%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옹성으로 간주된 SK텔레콤 시장점유율 50%가 무너지자, 이동통신 시장의 고착화된 5:3:2 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뿐만 아니다. 종전 유효경쟁 정책 재검토에 대한 갑론을박도 펼쳐졌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만큼 유효경쟁 정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낮아진 게 일시적인 지 혹은 지속될 지 불분명한 만큼 유효경쟁 정책에 대한 언급은 성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논란은 SK텔레콤 시장점유율 50%는 상징적일뿐만 아니라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SK텔레콤 시장점유율 50%가 우리나라 이통 시장 정책 주요 준거이자, 유효경쟁 정책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유효경쟁 정책이란 이통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SK텔레콤의 독점을 방지하고, 후발 사업자를 육성, 선·후발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1999년부터 이통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통해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효경쟁 정책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년 이상 유효경쟁 정책이라는 일관된 기조 아래, 경쟁상황 평가를 실시해 선발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이른바 ‘비대칭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
선·후발 사업자 간 전파 사용료 차등화, 상호접속료 산정 차등화, 번호이동성 제도, 010번호통합,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이용약관 인가제 등 비대칭규제 모두 유효경쟁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요금 등을 내놓지 못하도록 한 규제일 뿐, 경쟁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유효경쟁 정책을 지속한 건 선발 사업자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정부의 일관된 유효경쟁 정책이 선·후발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 규제를 차별화하는 비대칭 규제인 유효경쟁 정책 아래 이통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팽창을 거듭했다.
유효경쟁 정책이 이통 강국을 향한 발판을 다지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혁신을 도모하는데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유효경쟁 정책이 이통 시장점유율 5대 3대 2라는 구도를 고착화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입지가 위축되도록 함으로써 후발사업자가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후발주자가 유효경쟁 정책 비대칭규제에 기대는 것 외에 시장을 뒤집을 만한 ‘필살기’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SK텔레콤 시장점유율 50% 붕괴에 앞서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도 경쟁 활성화와 이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대를 목표로 유효경쟁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경쟁상황 평가 범위를 종전 소매 시장에서 소·도매로 확대하고, 평가 시기도 정시에서 수시로 조정할 예정이다.
경쟁상황 평가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결정하는 기존 룰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겠다는 것이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개별 시장의 단순 점유율에 따른 지배력 평가에 모순이 있다”며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권 의원은 “낡은 규제정책으로 인해 이용자는 배제된 채 공급자 간 갈등만 반복적으로 초래된다”며 “규제대상은 규제회피에만 몰두하고, 비규제 대상은 규제에 기대거나 규제대상에 대한 네거티브 활동에 집중하는 등 이용자 편익 및 산업 발전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통 정책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해 당사자 입장 조율도 필요하지만, 국가경제 관점에서 산업 정책까지 감안해야 할 만큼 광범위하고 중요하다.
정부는 정책 최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시장과 기업이 준비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향성 제시는 정부 몫이다.
종전 유효경쟁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철저하게 시장의 선택에 맡길 것인지 확실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전자라면 유효경쟁 정책 확립을 위해, 후자라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에 골몰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효경쟁 정책 기조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통 전문가들은 “유효경쟁 정책 지속으로 사업자가 차별적 요금제와 서비스를 출시, 경쟁과 혁신을 추구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데 안주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통 시장 혁신과 경쟁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중장기 통신 정책 또한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이통 시장의 건전하고 자율적 경쟁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유효경쟁 정책 아래 사업자는 안주했고, 모든 걸 규제 탓으로 돌리는 안일함으로 일관했다”며 “변화와 혁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통 시장 격변에 따른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의 지향점을 보여달라는 시장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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