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시장은 절대로 레드오션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연간 100만~150만대가량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입니다. 억지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요즘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은 위기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던 업체가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곳곳에서 어렵다는 얘기만 들린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업체는 난립해 시장이 포화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시장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수 미동전자통신 대표는 위기 극복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놨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 무리한 사업 확장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배경이다. 실제 미동전자는 올해 신제품 판매 호조, 대(對)일본 수출 확대로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0~30%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시장점유율보다는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제품에 집중했고 프리미엄급 제품과 사후서비스에서 확실한 영역을 구축했다”며 “결국 블랙박스 시장은 3~4개 업체만 살아남는 방향으로 재편되겠지만 자기 색깔이 확실한 회사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동전자는 ‘수지 블랙박스’로 유명하지만 큰 기업은 아니다. 직원이 40여명 남짓이다. 생산과 판매는 외주에 맡기고 40여명 인력 중 70%가량을 엔지니어로 채웠다.
결국 김 대표가 “우리가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분야는 고품질의 프리미엄 블랙박스 개발이다. 유연한 조직과 민첩한 시장 대응, 확고한 기술력이 이 회사 최대 강점이다.
올해도 ‘아무도 못 봤던 제품’을 준비한다. 김 대표는 오래 전부터 블랙박스의 미래를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스마트카’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해왔다.
김 대표는 “2013년부터 ADAS와 스마트카를 말했고 결국 ADAS 기능을 갖춘 제품을 제일 먼저 내놨다”며 “올해도 스마트카 시대를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블랙박스 카메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무궁무진하다”며 “단순히 블랙박스에 차선이탈감지(DLW)나 전방추돌방지(FCW) 기능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 완성차 ADAS에서 볼 수 없던 기능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스마트카는 ‘드라이빙 세이프티’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반의 ‘세이프티’와 ‘시큐리티’를 폭 넓게 담는 개념”이라며 “블랙박스 영상은 스마트카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담은 빅데이터”라고 말했다.
블랙박스 시장은 결코 레드오션이 아니라던 김 대표는 결국 “이제 블랙박스는 끝났다”고 말했다. ‘낡은’ 블랙박스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 스마트카 시대의 새로운 블랙박스를 탄생시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