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 5731억달러, 무역흑자 474억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년 연속 무역 1조달러 이상도 이뤄냈다. 명실상부한 무역대국 입지를 굳건히 했다.
여기에 ICT산업을 빼 놓을 수 없다. 수출의 30.3%인 1739억달러, 무역수지의 1.8배인 863억달러 흑자를 이뤘다. 특히 ICT산업은 세계 경제 위기 때마다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수출 확대로 한국 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제시한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장기추세 분석’에 따르면 국내 ICT산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생산·수출·고용에서 성장 둔화 추세가 발견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에 있다. ICT수출 또한 2001~2010년 10년 동안 연평균성장률(CAGR)은 12.7%로 높았으나, 2011~2014년은 3.5%로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 잠재성장률 하락과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요인이 있다. ICT 제조업 성숙, 해외시장 포화 및 업체간 경쟁심화, 주요기업 생산거점 해외 이전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ICT 서비스산업 성장 지체에 따른 ICT산업 전반의 성장동력 약화도 원인으로 본다.
실제 국내 ICT산업은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품과 인터넷 인프라, 모바일 환경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에서는 두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반면 최대 ICT산업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자체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HW업체뿐만 아니라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서비스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1세기 세계경제 패러다임은 기술 고도화를 넘어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근 개최된 북미 소비자가전쇼(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ICT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의료, 금융업체 등이 대거 참가하며 ‘웨어러블기기’ ‘스마트워치’ ‘사물인터넷’ ‘드론’ ‘핀테크’ 등이 큰 이슈가 됐다. 이제는 단순한 기기끼리 연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실생활과 인터넷·모바일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등으로 모든 산업과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변화주기 또한 한층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약진 등 신흥강자와 전통강자 간의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와 위기 속에 우리나라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역동적 혁신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 중심에 ICT산업 역할이 중요시 된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ICT융합 신산업 시장 창출 및 활성화를 위한 많은 규제개선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역 경제 혁신주체 연계·협업으로 성장 및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창조경제타운’, 선진국 추격형 전략에서 선도형 전략으로 전환하여 제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제조업 혁신 3.0’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빠른 ICT기술 변화에 따른 신규사업(서비스) 촉진을 위한 규제개선 등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역동적 혁신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ICT 신산업 활성화가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국가전반의 ICT기능 강화를 위한 범정부적인 협력과 ‘규제혁파’, 민간차원의 ‘선도형 기술·제품개발’ ‘전문가 양성’ 등 민·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