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치적 책임 공세에 밀려난 자원개발 국익

[이슈분석]정치적 책임 공세에 밀려난 자원개발 국익

새해와 함께 야심차게 출발했던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문을 닫게 됐다.

3개월여 특위 활동기간 동안 기관보고와 해외 현장검증을 진행했지만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채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자원외교를 보는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증인 채택 문제로 헛바퀴만 돌린 채 기한을 연장할 마지막 협상도 무산됐다. 정치적 유·불리에 갈려 비난과 삿대질만 하다 자원개발 관련 국가신뢰도나 국익은 팽개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상처만 남긴 국조 특위

시작부터 자원은 없고 특정 인물을 향한 정치적 공세만 난무했다. 에너지 백년대계로 일컬어지던 자원개발 사업은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의혹만 남긴 채 논쟁은 중단됐다. 상처만 남았다.

자원개발 특위 시작은 공기업이 추진해 온 일부 부실사업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파헤쳐 보자는 취지였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사업 추진 부실의혹과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이를 바로 잡고 무분별한 국부 유출을 막자는 데 여야가 교감하면서 성사됐다.

하지만 원래 취지는 퇴색했고 논쟁은 의혹 제기와 폭로전 양상으로 흘렀다.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는 일부 사업에 비리의혹을 제기하면서 “누가 무슨 사업을 직접 지시했다”에 집중했다. 일부 자원개발 사업 손절매에는 당시 상황 분석과 대처보다는 지시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부각됐다.

학계와 산업계는 방어전을 펼쳤다. 자원빈국이라는 우리나라 특성상 에너지 산업 시발점인 자원개발 자체가 폄하되는 것을 경계했다. 성공률이 낮고 그 성과도 수십 년이 지나야 가시화되는 사업 특성을 알리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은 정부도, 기업도 자원개발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특위가 시작되면서 자원개발 사업 재진단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관심은 자원개발 5인방으로 불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쏠렸다.

야당은 줄곧 이들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고 여당은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5인방 증인 출석은 특위 내내 논쟁거리였고 여당이 문재인 대표 출석이라는 맞불 카드를 던지면서 청문회는 무산됐다.

기관보고 이후 진행한 해외 현장검증도 건진 것이 별로 없다. 자원개발 공기업은 현장검증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에 좋은 평가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패를 재확인했다는 야당 측 공세였다. 이 과정에서 여·야 입장차는 더욱 벌어졌다. 현장검증 출국부터 자원개발 사업을 대하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같은 것을 보아도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청문회가 무산되고 특위 기한 연장이 불발되면서 자원개발 특위 결과보고서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특위 시작부터 난항을 예상했다.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특위도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해 파행했고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도 증인채택 문제로 청문회를 못 여는 등 여야 갈등에 특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자원개발 특위도 국회 특위 무용론에 힘만 실어주는 꼴이 됐다.

한 특위 위원은 “공기업 자원개발 투자와 실패, 그리고 해당 사업을 누가 지시했는가보다 관련 사업과 투자가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됐고, 내실화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가 더 중요했다”며 “하지만 특위는 책임론과 자원개발 당위성 입장차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원개발은 계속된다

지난달 26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공공기관 개혁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공기업 해외 자원개발 사업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최근에는 검찰 수사와 함께 세 자원공기업의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 중이다. 정치권 공세와 시민사회 냉대, 그리고 사정 칼날까지 자원개발 사업은 전환점에 놓였다.

자원개발 공기업은 특위를 기점으로 사업 전반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동안의 의혹 제기, 폭로전과 달리 자원개발 실적과 미래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되길 내심 기대한다.

반성은 필요하다. 하베스트 자회사 헐값 매각과 같은 사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자원개발 성과로 이어지려면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지만 특수성이라는 그늘에만 안주해서도 안 된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자원외교는 미래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기다림의 합리성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투자로 미래 수익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면 같은 비용으로 더 효율적 투자처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상처는 받았지만 정부 차원 자원개발 사업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자원빈국이고 이를 해결하려면 자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원전이 많아졌어도 석탄과 석유, 가스 수입량은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린다.

학계와 산업계는 특위가 자원개발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한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세계적으로 광구 가치가 동반 하락하면서 자원개발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 자원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라는 의견도 많다. 자원개발 선진국은 자원을 더 확보해 규모 경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북해 유전개발 세율을 10% 인하하는 등 과감한 세제개편으로 유전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러시아 기업은 자원 기업 인수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에게 자원개발 치부를 많이 보여줬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업 중 향후 성과가 기대되는 것도 있다”며 “이번 기회로 고칠 것은 고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 내실 있는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표/자원개발 관련 주요 의혹과 해명

자료:국회·업계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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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