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한 무조건적 질타와 혐의 씌우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제유가, 광물 가격이 떨어져 자원개발 적기인 지금 누구도 사업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공기업 글로벌 신뢰도가 추락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됐다. 최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가 우리 국회의장과 산업부 장관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순옥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자원개발 대가로 지급한 서명보너스가 쿠르드 자치정부 은행계좌에 입금된 증명서가 없어 이 돈이 고위관료에게 건네진 뇌물일 수 있다는 의혹을 터뜨렸다. 석유공사는 서명보너스를 쿠르드 자치정부가 지정한 계좌에 모두 입금했으며 최종 수취인은 쿠르드 자치정부 천연자원부였고 송금 영수증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우리 국회의장과 산업부 장관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 양국 자원개발 외교 전선에 이상 기류가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쿠르드 사업은 사업참여 계약 체결 시 쿠르드 자치정부 최고 수반인 총리가 직접 서명한 사업이다. 이라크 쿠르드 광구 서명보너스 지급은 공사를 포함한 한국 컨소시엄과 쿠르드 자치정부 계약에 의거해 이뤄졌다. 계약서는 미국이 발의한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을 받았다.
하지만 쿠르드 천연자원부 장관의 실명이 언급되고 뇌물수뢰자로 몰리자 쿠르드 자치정부가 석유공사 사업 참여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엉뚱한 곳에 불이 붙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자원개발 기업이 쿠르드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5000억원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자원개발 사업에 흠집을 내는 데 주력하다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비난이 나온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서명보너스는 자원개발 사업에서 오랜기간 이어진 관행으로 설령 문제가 포착됐더라도 명확한 검증 절차 없이 자원개발 상대국을 비리국으로 몰아세운 것은 아마추어적 행태”라며 “만약 쿠르드 정부가 한국 기업 참여를 제한한다면 국조 특위 또한 상당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자원개발기업 신뢰도 하락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나라 안에서 벌어진 관련 논란으로 자원개발 시장에서 이른바 ‘먹튀’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른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한국 공기업이 정부 압력으로 자원개발 사업 중도 포기나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기업 사이에서 한국과 지속적으로 사업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며 “국가, 기업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자원개발이 곧 비리라는 등식이 성립된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왕따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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