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폭발 가능성이 있는 활화산으로 꼽히는 백두산. 1000년도 더 전인 서기 930~940년 사이 대폭발을 일으킨 뒤 잠자고 있지만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알 수 없다.
지난해 일본 온타케 화산이 폭발했을 때, 2002년도부터 화산 지진이 급격히 잦아졌을 때 등 화산 활동 관련 사건이 생길 때마다 백두산 폭발 여부가 주목받았다.
폭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세계 화산학자, 지질학자 연구도 활발하다. 여러 국제 공동연구진이 백두산을 연구하고 있지만 폭발 가능성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다만 당장 폭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단시일 내 폭발 가능성은 낮아
연구진은 현재 백두산이 안정된 상태라고 평가한다. 지난 2002년 7월부터 약 3년에 걸쳐 화산 지진이 급격히 증가한 적이 있었다. 화산지진이 한 달에 최다 250여회 감지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백두산은 다시 안정한 상태로 돌아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과 북한 공동 연구팀은 백두산이 당장 대폭발 할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백두산 일대에 지진계 여섯 대를 설치하고 화산활동을 정밀 추적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백두산이 조만간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클라이브 오펜하이며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백두산은 화산활동이 빈번한 구조대에 있지 않다”며 “백두산이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 밝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2012년에는 중국 연구팀이 백두산은 움직임이 없고 10년 안에 폭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폭발하면 일본까지 영향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연구진은 다양한 백두산 화산 폭발 시나리오 연구를 진행했다. 폭발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반도와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직접적 영향은 북한과 중국이 받는다. 남한은 화산재로 미세먼지가 증가하고 동해 쪽 항공기 운항도 차질을 빚는 등 간접 영향권에 든다. 우리나라 주변은 여름에 남풍이 불고 겨울에는 북서풍이 불기 때문에 직접적 화산재 피해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국립방재연구원(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등과 함께 모의 실험한 결과 겨울에 백두산이 폭발하면 편서풍 영향으로 화산재가 동남쪽으로 움직이고 두 시간 만에 동해에 퍼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여덟 시간 후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완전히 뒤덮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나절 정도면 일본에 화산재가 도달해 동해와 일본 하늘 길이 막히게 된다. 다행히 한반도는 화산재로 인한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폭발 규모다. 1000년 전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규모는 엄청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학자는 인류 역사상 최대 폭발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10세기 백두산 폭발은 화산폭발 강도를 측정하는 화산분출지수(VEI)가 7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록상 최대 화산폭발인 188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과 같은 수치다.
10세기 때와 같은 대폭발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과거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는 1000㎞ 이상 떨어진 일본에도 화산재가 쌓였다는 기록이 있다.
백두산 폭발이 역사학계 의문으로 남아 있는 발해 멸망 원인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해동성국으로 불릴 정도로 창성했던 발해가 한 순간에 멸망한 데는 백두산 폭발로 인한 피해가 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발해 멸망이 백두산 폭발 이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역사서마다 기록이 조금씩 달라 최근에는 두 사건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중국과 공동연구로 백두산 속 탐사
보다 정확한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와 중국 연구진이 손잡고 백두산 속을 연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지난해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와 백두산 화산 한중 공동연구 합의각서를 교환했다. 백두산 천지 아래에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목표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를 대표로 하는 한국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 백두산 화산마그마연구그룹이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 마그마 주변까지 시추공을 뚫고 모니터링 장비로 마그마 거동 변화를 탐지하는 첨단 화산분화 예측 기술과 비전을 중국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측에 제시해 협력이 성사됐다.
합의각서 후속으로 양국 연구진은 최근 국내에서 만나 백두산 현지 탐사 계획을 수립했다. 백두산에 깊이 7㎞까지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 핵에 접근할 예정이다.
지난 2002년 아이슬란드에서 지하 4㎞까지 시추탐사를 시도했지만, 2.1㎞까지만 뚫은 뒤 마그마를 만나 더 이상 진전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시추 탐사에 성공하면 대형 화산을 7㎞ 깊이까지 뚫고 조사한 첫 사례가 된다. 북한에 속한 지역을 탐사하지 못해 다소 제한은 있지만 연구팀은 시추 탐사로 백두산 지하 3차원 지도를 그릴 계획이다.
연구에는 국내 15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40여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며 올해 기초 탐사에 들어간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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