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이 세계 최초로 성능이 균일한 단결정 그래핀(Graphene)을 30인치대 대면적으로 양산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은 연구소 수준에서 1인치 미만의 작은 크기로 개발된 적은 있으나 30인치대 대면적 양산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7일 해성디에스는 최근 540×680㎜(구리 기판 크기 기준, 약 34인치) 크기 고품질 그래핀 양산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춰 하반기 본격 생산한다. 그래핀 조기 상용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나노 구조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자이동성이 뛰어나며 강도·신축성이 우수해 꿈의 나노물질로 불린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태양전기, 사물인터넷, 터치 패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도 대기업과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그래핀은 대부분 100×100㎜의 손톱만 한 크기에 그쳤다.
해성디에스가 개발한 그래핀은 540×680㎜로 세계 최대 크기다. 게다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합성 시간을 17분으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에는 한 장의 그래핀을 합성하는 데 무려 3~7시간이 소요됐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장비업체 앤피에스와 함께 그래핀 합성장비를 별도로 개발했다. 이 장비는 급속열처리 기술을 이용한 박막증착기법(CVD)으로, 한 번에 총 넉 장의 그래핀을 합성할 수 있다. 진공 공정 과정 속에 빠른 승온과 냉각을 할 수 있는 급속열처리 기술이 공정 시간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회사는 지난 4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고 있는 소재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인 MRS에서 대면적 그래핀 패널을 처음 공개, 세계 이목을 끌었다. 일부 글로벌 기업과 기술 협력은 물론이고 향후 제품 구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CVD 방식 외에 그래핀 옥사이드(GO) 방식으로 합성하는 기술도 전자부품연구원과 공동 개발해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GO 방식의 그래핀은 배터리, 의학소재 등에 보다 적합한 그래핀 양산이 가능하다.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는 “기존 반도체 부품 사업에서 확보한 초정밀 가공기술, 표면처리기술 등을 그대로 접목해 보다 품질이 높은 그래핀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투명전극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며 “단순히 그래핀 소재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장비와 공정 기술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전자부품소재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성디에스는 지난해 5월 삼성테크윈에서 반도체부품사업부 500여명이 분리·독립, 해성그룹(지분 60%)에 흡수되면서 만든 회사다. 당시 그래핀사업부 핵심 인력들도 함께 이동해 해성디에스에서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그래핀 상용화를 추진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45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매출 목표는 3000억원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