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간 겹치는 중기 R&D 지원 사업을 중기청으로 통합한다. 또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를 개선, ‘잘하는 중소기업’에만 집중되는 특정 기업 중복 지원을 줄여 더 많은 유망 중기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의 R&D 지출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초안을 바탕으로 산업부·중기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상정·발표하는 ‘정부 R&D 혁신방안’에 구체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기재부는 우선 산업부와 중기청 간 R&D 역할을 재정립한다. 산업부가 전반적인 산업 육성을, 중기청이 중기 지원을 각각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기 R&D 지원 사업을 양 기관이 중복 운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산업부의 중기 R&D 지원 사업을 중기청에 이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반대로 중기청의 중견기업 지원 사업 등 일부는 산업부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산업부의 R&D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지원대상을 중기로 적시했다. 2015년 산업기술혁신사업(총예산 3조4660억원) 시행계획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한 사업은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사업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DB)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 인력지원사업 △R&D재발견 프로젝트 △중소기업공동연구실지원사업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지원사업 등이다. 이외에도 글로벌전문기술개발사업 등은 참여기관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주관기업을 중견·중소기업이 맡도록 했다.
산업부와 중기청 간 역할 재정립의 궁극적 목적은 중기청이 중기 R&D 지원사업을 단일 관리해 특정 기업에 혜택이 쏠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우수한 중기가 산업부, 중기청으로부터 중복 지원을 받는 사례를 줄이고 가능성 있는 기업에 혜택이 고루 분배되도록 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번 개선으로 정부 R&D 혜택을 받는 중기가 종전 1만2000개에서 2만~3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부는 산업육성 차원에서 잘할 만한 기업을 지원하고, 중기청은 보편성 차원에서 조금 도와주면 잘 할 수 있는 기업을 돕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우수 중기만 지원을 중복해 받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아직은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도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으로 나눠주기 식 지원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는 사실상 중기청에 ‘줘야 할’ 사업이 ‘받을’ 사업보다 많아 논의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후보군에 오른 이관 대상 사업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와 중기청은 이번 계획과 관련 “아직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