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 알고보면 재미있는 `야구의 과학`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한국프로야구리그(KBO)는 올해 작년보다 한 개 더 늘어난 열 개 구단이 가을 야구를 향해 뛴다.

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을 야수가 잡지 못하도록 방망이로 때려내는 스포츠다. 투수와 타자의 싸움. 바로 이것이 야구의 출발이다.

[사이언스 인 미디어] 알고보면 재미있는 `야구의 과학`

프로야구 투수는 대부분 시속 130㎞에서 빠르면 150㎞가 넘는 공을 던진다.(지난해 일본리그 니혼햄 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무려 162㎞에 달하는 강속구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수의 손을 떠난 150㎞의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0.4초. 타자는 1초보다 짧은 시간 안에 공을 칠지 말지, 친다면 어떻게 때려낼지 결정해야 한다.

이 시간 안에 공의 궤적을 보고 머릿속으로 계산해 배트의 ‘스윗 스폿’에 공을 맞추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타고난 반사신경과 훈련으로 쌓은 본능적 선구안이 반응해야 가능하다. 투수는 이 짧은 시간 안에 타자의 눈을 속여야 한다. 비밀은 야구공에 있다. 108개 실밥으로 이뤄진 야구공은 투수가 어떻게 그립을 쥐는지에 따라 직구,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질로 움직인다.

실밥을 어떻게 쥐는지, 손목을 어떻게 트는지에 따라 공 회전이 바뀌는 것이다. 회전이 걸린 공은 공기와 마찰하며 홈플레이트 앞에서 앞으로 떨어지기도, 옆으로 휘기도 하며 타자를 교란한다. 변화구는 직구보다 회전 수가 적어 공기, 중력 저항을 많이 받는다.

타자의 능력은 배트 스윗 스폿에 공을 맞추는 것에 크게 좌우된다. 치기 좋은 공을 골라내는 선구안은 물론이고 배트를 간결하게 돌려 짧은 시간 안에 공을 맞추는 배트 스피드가 중요하다. 나무가 가벼우면 배트 스피드를 높일 수 있지만 무게가 떨어지면 비거리가 준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가장 굵은 부분 10㎝ 이하, 길이 42인치 이하’로 배트 규격을 정해 놨다. 프로야구선수는 보통 850g에서 900g대 초반 나무배트를 쓴다.

단타 위주 테이블세터는 주로 가벼운 배트를, 슬러거는 무게가 나가는 배트를 애용한다. 한 타자가 시즌 내내 같은 무게 배트를 쓰지는 않는다.

체력이 좋은 시즌 초반에는 900g대 무거운 배트를, 더위와 잦은 출전으로 등으로 기운이 떨어진 시즌 후반부에는 800g 가벼운 배트를 쓰는 선수도 많다. 배트를 쉽게 돌리고자 종종 나무 윗부분을 파내기도 한다.

출루를 했다고 해서 야구의 과학은 끝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도루(안타 없이 한 루를 더 나아가는 것)’는 성공 확률이 굉장히 낮은 행위 중 하나다.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도루를 하는 사례를 상상해보자. 투수가 와인드업을 해 던진 공이 포수 미트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약 1.3~1.5초(150㎞ 기준), 포수가 2루로 공을 던지는데 걸린 2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주자는 약 90피트(27.4m)를 늦어도 3.5초 내에 도달해야 살 수 있다. 100m를 12초 전후로 뛰는 실력이 필요하다.

주자는 이 격차를 줄이고자 리드 폭을 늘리거나 슬라이딩으로 태그를 피한다. 빠른 발에 순간적인 판단과 감각까지 동원해야 한다. 야구 곳곳에 과학이 숨어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