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월호 참사 후 다양한 국가재난관리 대책을 쏟아냈지만 우려 시각도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국가 전반에 걸친 재난안전 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범정부 협의체가 갖춰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안전처 내부 소방과 해경 프로세스 통합도 시급하다.
예산부족은 국가재난관리 대책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발표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실행하는 데 향후 5년간 30조원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향후 필요한 예산 30조원 확보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지난 9일 출입기자단 회견에서 “향후 필요한 예산 30조원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5대 전략 가운데 1~4전략 과제는 안전처가 수행하지만 5전략 과제는 부처별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실행을 위한 예산을 국민안전처가 모두 마련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상당수 재난안전 대책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범사업 수준으로만 추진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화면을 수신하지 못해 체계적인 구조작업에 나서지 못했던 소형경비정에 위성통신망을 설치하는 사업도 예산부족으로 총 242척 중 30척만 적용한 상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아직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확대적용 계획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간 6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재난안전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미래창조과학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재난안전분야 R&D 예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리고, 어디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가 재난안전 범정부 협의체계를 통한 컨트롤타워 기능도 여전히 부재하다. 국민안전처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지만, 국가 전반에 걸쳐 발생되는 재난을 모두 컨트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안전처 출범 후 재난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고 발생 후 수습과 체계 정비에 나서는 처리 방식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국민안전처 내부 소방·해경·기술·행정 조직 간 프로세스 통합도 숙제다. 조직원 간 융합,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 박 장관도 내부조직 융합을 조직 관리 최대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
출범 후 아직까지 공석인 특수재난실장 등 주요 직위에 대한 인사도 시급하다. 현장 실행 인력보다는 기획인력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 장관은 “특수재난실장은 현재 인사검증 단계에 있다”며 “이달 말이면 공석 문제는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