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자가 공공기관인 소프트웨어(SW)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발주 불공정거래 조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기업 간 거래와 달리 공공기관 발주자에 대한 불공정 거래를 조율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분쟁조정위원회가 올해 SW하도급과 관련해 분쟁조정을 실시한 결과, 공공기관 발주자와 원도급자 간 수·발주 분쟁이 급증했다. 상반기 접수된 분쟁조정 80%가 공공기관 발주자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표 사례는 공공기관 발주 측 무리한 과업변경이다. A기관은 원도급자 B업체에 계약서 상 사업기간을 초과해 과업변경을 추가·변경했다. B사는 발주자 요구를 수용해 과업을 완료하고 용역보고서를 제출했지만 A기관은 검수를 지연하고 있다.
추가·변경 과업으로 발생한 대금도 지급받지 못했다. C기관은 발주 측 일방적 선작업과 협조 지연으로 사업기간이 늘어나고 투입인력이 추가됐다. C기관은 발주 측 귀책을 인정하지 않고 사업지연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철수했다.
이밖에 발주자가 계약당시 논의된 솔루션 공급이 아닌 상위 버전 솔루션 납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협회 측은 “공공기관 발주자와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 조정을 의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경우 이를 중재·조정할 방안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를 명시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 간 수·발주 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대중소협력지원단 내 수탁분쟁조정위원회에 의뢰할 수 있다. 한국SW산업협회에서도 발주자-원도급자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을 조정한다. 동종업계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경우는 명시된 조항이 없다. 공공기관 발주 사업은 민간시장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과업변경 요구사례가 적지 않다. 기관장 변경 등으로 갑작스런 사업 변경도 드물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경우 분쟁이 발생하면 민사소송 외에는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 역시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업체에게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