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중국 BOE가 메모리 반도체 전문인력 영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주요 대상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된 일본 엘피다 인력이다.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중장기적으로 국내 인력 영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해외 D램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 해외 비메모리 기업에서 종사한 인력은 많지만 D램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으로 보인다.
BOE가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첫 타깃은 엘피다다. 엘피다는 일본 히타치와 NEC의 D램 부문을 합병한 반도체 회사로 일본에서 유일하게 D램을 개발·생산한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엔화 강세, 반도체 시장 치킨 게임과 불황이 잇달아 겹치면서 2012년 파산을 신청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같은 해 7월 엘피다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 세계 D램 업계 3·4위 합병이다.
BOE는 엘피다 D램 기술력에 주목했다. 세계 1위 삼성전자보다 뒤지지만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에 걸친 디자인, 소재, 공정 등 전체적인 노하우를 보유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으로 좁혀진 구도에서 현실적으로 중국이 택할 수밖에 없는 카드다.
대만 D램 기업 인수에도 눈독을 들인다. 지난해 대만 난야(3.5%), 윈본드(1.4%), 파워칩(0.8%)이 세계 D램 시장 4~6위를 차지했다. 상위 3개사가 시장 90% 이상을 점유했지만 기술과 노하우는 중국이 탐낼 만하다. 특히 파워칩이 강력한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인력 영입에 나섰지만 당장 국내 인력 유출 조짐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 사업 호조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인력이 중국으로 회사를 옮길 이유가 특별히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부가 국가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주요 인력은 풀을 구성해 관리하고 있어 중국 등 해외로 이직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인력 영입에 나설 우려를 제기한다. 임원진이 아닌 실무진은 국가 관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실무에 밝은 부장급 인력은 중국으로 영입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당장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D램 산업 기반을 조성한 뒤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는 시점에서 국내 인력 영입을 시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