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이지만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봄날은 드물다. 비구름으로 날이 궂거나 햇볕이 좋다 싶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나들이 기분을 망치기 일쑤다.
봄철 미세먼지 주의보가 연일 계속되면서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세먼지가 황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발생 원인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 지역 흙먼지·모래바람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일종의 자연현상인 반면에 미세먼지는 인간 활동으로 생성된다.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발전소 매연, 가정에서 사용하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미세먼지 주범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어떤 상관관계일까.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모두 화석연료 연소에서 비롯되는 공통점을 가졌다. 기후변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온실가스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또 기후변화로 온도가 올라가면 오존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 생성이 촉진돼 미세먼지 발생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대기 중 오염물질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 위험을 낮추고 동시에 건강까지 보호하는 효과를 ‘공동편익’이라고 한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 주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조기사망 요인 중 하나인 미세입자 배출을 줄이고 건강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대기오염과 인간건강 예상편익을 분석한 연구를 내놨다. 현재까지 제안된 400여개 온실가스 저감대책을 전 지구적으로 이행하면 초미세먼지(PM2.5)가 저감되고 이는 2030년 세계인구 최저 70만명에서 최다 460만명의 조기사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계산됐다.
한 외신은 기후변화 완화를 통해 미세먼지와 오존 노출을 줄이면 2050년까지 1300만명의 조기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란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조기사망 감소를 통한 편익은 기후변화 완화 비용보다 몇 배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국은 화석연료 사용저감 등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적극 투자하면서, 이로 인한 대기오염 저감효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40%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 개선 등 경제 전반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탈탄소화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6∼28%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로 인한 대기환경 개선 효과로 미국에서 해마다 10만여명 천식환자와 약 2100명의 심장마비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미온적이었던 중국마저 자국의 심각한 스모그로 인한 건강피해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섰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에너지를 아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생활 속의 노력만으로도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전기, 냉난방 등 4개 분야 생활실천 수칙을 지켜 1인당 1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국민운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2020년까지 우리나라가 줄여야 하는 감축량 중 약 20%인 4400만톤을 줄일 수 있다.
35년 전 4월 22일에 처음 시작된 ‘지구의 날’을 맞아 일주일간 전국 각지에서 기후변화 주간 행사가 열린다. ‘건강한 약속,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라는 주제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친환경제품이 전시되고 한마음 걷기대회와 나무심기 행사도 마련됐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에 가족과 함께 참여해보면 어떨까.
정연만 환경부 차관 yieong@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