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어의 법칙을 실현하는 힘

[기자수첩]무어의 법칙을 실현하는 힘

‘무어의 법칙’이 50주년을 맞았다. 반도체 집적 회로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고든 무어 이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의 경쟁이 된 무어의 법칙을 이끄는 세계적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승리를 토대로 비메모리 분야에서 퀄컴의 오랜 아성을 깨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설계, 생산, 소재 등 관련 시장이 고르게 형성돼 있다. 무엇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유력 기업 본사가 있다는 것은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반도체 후방산업중 한국이 주도권을 쥔 분야는 거의 없다. 장비는 어플라이드, ASML 같은 해외 기업이, 소재는 일본 회사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에서 세계 30위에 속하는 한국 회사는 한 곳도 없다.

대만은 현지 반도체 관련 기업이 함께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생태계를 갖췄다. 미디어텍, TSMC, UMC, 엠스타(미디어텍에 피인수)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반도체 기업이 성장한 배경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인텔을 누르고 세계 반도체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적 기업이지,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는 그렇지 못하다 점이다. 국내 부품 소재 산업은 여전히 허약하다. 반도체 장비의 핵심 부품이 무엇이고 얼마나 국산화했는지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돼 있다. 소재는 연구개발에 최소 7년 이상 걸리다 보니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국내 풍토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정권 임기보다 긴 장기 과제를 공무원이 선호하지 않으며, 3년 남짓한 CEO 임기로는 과제 발주조차 힘들다. 대기업을 뺀 한국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변방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