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정부 알뜰주유소 입찰을 앞두고 한화그룹 정유사업 재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수한 삼성토탈이 이변이 없는 한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될 것으로 보여 20년 만에 정유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이르면 오는 6월 알뜰주유소 입찰을 개시한다. 지난해 맺은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계약이 7월 종료됨에 따라 늦어도 이 이전에 신규 공급자를 선정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변이 없는 한 삼성토탈이 2부 리그 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점쳤다.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공급권 공개입찰을 2개 리그로 나뉘어 진행하고 있다. 정유사와 수입사 등 다수 유류공급사를 참여시키기 위해 규모가 큰 정유사와 경쟁을 피할 수 있는 2부 리그를 신설했다. 화학제품 제조 과정 부산물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삼성토탈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2부 리그 공급사로 선정돼 왔다.
올해 정부가 사업자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입찰 방식을 일부 변경하기로 했지만 삼성토탈이 선정되는 데는 걸림돌이 거의 없다.
한화는 이번 상반기 내 삼성토탈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되면 한화는 자연스럽게 정유사업에 다시 진출하게 된다. 지난 1999년 정유사업을 매각한 뒤 16년 만이다.
1970년 미국 유니언오일과 합작으로 경인에너지를 설립하고 정유사업에 나섰다가 합작을 청산하고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1999년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에 매각하며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관심은 한화 사업 영역이다. 알뜰주유소를 한화 브랜드화하고 유통망 확보에 나설지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나 자가상표 주유소는 1642개로 전체 주유소 13%를 차지했다. 석유공사는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알뜰주유소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한화가 유통망을 인수하고 정유·주유소 사업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대한석유협회 가입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토탈은 지난 2013년 대한석유협회에 가입신청서를 냈지만 기존 정유사 거부로 반려됐다. 과거 정유사업이나 주유소를 직접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화가 재신청하면 기존 회원사 여론도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토탈 인수로 정유사업을 재개하고 나아가 유통사업까지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운영을 언제까지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한화가 정유사업은 물론이고 주유소 매입을 통한 유통망을 확보할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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