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지난해 1월 선보인 앱 ‘티롤(T LoL)’은 출시 8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티롤’은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중계와 하이라이트 영상을 서비스한다.
‘T LoL 롤드컵 데이터프리’ 이벤트 동영상은 12일 만에 조회 수 10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명 LoL 선수 ‘페이커(본명 이상혁)’가 동영상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 지난해 10월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2014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은 세계에서 약 2700만명이 시청했다. 같은 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7차전 경기 시청자 수인 2350만명을 추월했다.
대기업이 e스포츠 마케팅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e스포츠 빅 매치에 구름 관중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열풍’을 재현한 주인공은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다. LoL 게임대회 인기는 메이저리그를 능가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결승전에 유료관객이 무려 4만명이나 집결했다. 세계 대회에서 한국 게임단 선전이 이어지면서 스폰서 기업이 글로벌 마케팅 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졌다.
현재 국내에서 프로 LoL팀을 운영하는 기업은 총 8곳이다. 이 중 삼성전자, SK텔레콤, KT, CJ, 진에어 등 대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가 5곳에 이른다. 대기업이 LoL 게임단으로 얻는 마케팅 효과는 기존 프로 스포츠단을 능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3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본선을 앞두고 LoL팀명을 ‘삼성 갤럭시’로 바꿨다. 2014년 삼성 갤럭시팀은 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는데 본선부터 결승까지 한 달 동안 대회를 시청한 인원은 약 2억8800만명(주최 라이엇게임즈 추산)이었다. 세계 인구(70억명) 4%에 ‘삼성’ ‘갤럭시’ 브랜드를 알린 셈이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1’ 팀은 2013년 롤드컵에서 국내 게임단 최초로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T1은 다음 해 5월 세계 강팀들이 모인 프랑스 파리에서 펼친 ‘LoL 올스타전 2014’에서도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에서 모인 LoL 팬들이 T1 소속 이상혁 선수(페이커) 생일을 맞아 노래를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T1은 그해 야구, 농구 등 SK그룹이 운영 중인 소속 프로 스포츠단을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LoL 주력 시청자 층은 청소년, 20·30대 남성들이다. 온게임넷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온게임넷에서 방송된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4’ 결승전은 16세부터 35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타깃 시청률에서 지상파를 포함해 동시간대 전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LoL 팀을 운영하는 기업 관계자는 “통신, 전자 등 20·30대 남성을 주요 고객으로 둔 회사는 LoL 프로게임단으로 효과적인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J E&M은 지난해 미국 LA에서 개최한 ‘KCON 2014’에 자사 소속 LoL 프로게이머를 동행해 미국 현지에서 LoL 이벤트 매치, 사인회,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는 문화 마케팅 행사에 e스포츠가 K팝, 패션, 식품, IT 등 한류 콘텐츠와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대기업 e스포츠 마케팅은 올해 LoL 리그 진행 방식이 바뀌면서 더욱 치열해진다. 라이엇게임즈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올해 들어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던 국내 LoL 리그를 4개월씩 두 번 나눠 진행하는 리그제로 바꿨다. 프로야구처럼 여러 팀이 수개월에 걸쳐 경기를 펼치면 미디어 노출 빈도와 주목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선수가 참여하는 경기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마케팅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케팅 파워에 걸맞게 게임단 대우도 달라진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한국이스포츠협회(KeSPA)와 협력해 올해부터 LoL프로게임단에 각각 1억원을 지원한다.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게임진행을 고려해 팀 최저 연봉(1인당 2000만원)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기업 후원으로 e스포츠 프로팀 소속 선수가 최저 연봉, 숙식, 연습 등을 지원받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게임(LoL)은 북미 개발사가 만들었지만 e스포츠 생태계는 한국이 이끌어가는 양상이다.
김종성 KeSPA 홍보팀장은 “LoL 리그 규모는 과거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넘어섰다”며 “스타크래프트 리그 범위가 국내에 한정됐다면 LoL은 세계를 무대로 해 후원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e스포츠 운영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선진화된 e스포츠 생태계를 수출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eSPA는 지난해부터 해외 스트리밍 업체 아주부(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롱쥬(중국)와 국내 8개 프로 LoL팀 간 계약을 주선해 수익 창출을 지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