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SW를 불법으로 복제해 사용하던 시절은 지났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조사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다 적발된 건수는 2011년 1096건에서 2012년 987건, 2013년 765건으로 감소했다. ‘상용SW를 사용하려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개발자와 기업이 흘린 땀과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SW를 자산으로 포함해 관리하려는 의식은 부족하다. 지불해야 할 ‘적절한 대가’ 판단 기준도 기업이나 기관마다 들쭉날쭉이다. 과도한 SW 구입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있다. 한 SW 자산관리업체는 최근 일부 공공기관 SW 구매 현황을 분석, 컨설팅하면서 예산낭비 사례를 목격했다. 어느 공공기관은 직원 수에 맞춰 SW 1000카피를 구매했다. 불법복제가 전혀 없으니 SW 자산관리에 허점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조사결과 그 기관은 적절한 대가보다도 5억원가량을 낭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잘못된 라이선스 구매 기준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한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공기관은 SW 자산관리 사각지대다. 지금까지 불법복제 근절 목적의 계도와 단속은 일반 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것도 중소기업이 타깃이었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SW 구매에 인색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 비해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학습효과가 부족했다. SW 자산관리 노하우를 축적할 경험도 부족했다. 적절한 대가 기준 잣대를 때로는 터무니없이 적게, 때로는 지나치게 많게 정하는 이유다.
불법복제만 걱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SW를 기업·기관의 정보기술(IT) 자산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SW 도입과 라이선스 관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따라 기업·기관의 비용과 생산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SW를 과도하게 구입하면 예산이 낭비된다. SW 구매에 인색하면 법 위반 단초가 된다. 자사에 필요한 SW는 무엇인지, 얼마나 필요한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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