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게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밝혀져 눈길을 끈다.
30억 년 넘게 지구상 생명은 태양과 달이라는 주기적 빛 아래에서 살아왔다. 마치 밤을 낮으로 바꾸는 전등과도 같은 구조가 그것이다. 수많은 연구가 인공조명에 노출되는 건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 그러니까 생물이 나타내는 현상 중 24시간을 주기로 되풀이하는 변화에 혼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캐디안 리듬과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빛을 촉발하는 호르몬 방출에 영향을 준다는 것. 하지만 전기에 의해 모든 게 바뀌면서 이젠 인류는 한밤중에도 밝은 빛을 켤 수 있고 이는 인간의 생리 기능까지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초기 생명체에 가까운 광합성 세균조차 서캐디안 리듬을 갖고 있다. 인간도 빛이 있거나 없다는 신호에 따라 망막에 특수화된 세포 활동이 체내 모든 조직 시계를 조정하는 계기가 된다. 이런 세포는 한낮 하늘 같은 푸른 파장에 영향을 받기 쉽다. LCD 디스플레이나 LED 형광등 같은 인공조명도 청색 파장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야간에 인공 불빛에 단시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서캐디안 리듬은 속아 마치 낮이 된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또 24시간 주기 혼란은 주요 호르몬 이상 조절을 유도한다. 이는 암이나 당뇨병, 비만과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스크린이 내는 빛 역시 인간의 서캐디안 리듬, 그러니까 체내 시계를 교란시켜 앞서 설명한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간은 어둠이 필요하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