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농업을 시작하면서 식량을 비축하고 안정된 식생활 환경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과일과 식물을 발효시키는 알코올이 만들어지게 됐다. 지금은 포도에서 와인, 호프에서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이런 알코올이 처음 발견된 건 9,000년 전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무려 중신세(Miocene), 1,000만 년 전에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눈길을 끈다.
산타페대학 생물학자인 매튜 캐리건(Matthew Carrigan) 교수는 인류가 어느 시점에 알코올을 분해하는 장내 효소 생산 능력을 획득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탈수소 효소 ADH4가 영장류 동물의 장내에 존재하는 것에 주목했다. 1,000만 년 전 인류가 분화했다고 알려진 고릴라 체내 혀와 식도, 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기능을 가진 ADH4가 풍부하다는 걸 발견한 것. 인류와 같은 계열 조상을 가진 침팬지 등에서도 같은 경향이 보인다고 한다.
따라서 ADH4 생산능력이 없는 오랑우탄이나 긴팔원숭이, 개코원숭이는 알코올을 즐길 수 없지만 고릴라와 인간의 조상은 우연히 발효된 과일 등을 먹을 수 있다. 1,000만 년 전 당시는 급속한 기후 변화로 동아프리카 나무에 살았던 인간과 조상은 땅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 나무에 있던 과일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과일을 먹게 됐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부패가 진행되고 발효된 식물도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발효된 과일에서 얻은 좋다는 감각을 이해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5,000만 년 전 인류에서 분화한 것으로 보이는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인 아이아이(Aye-aye)도 ADH4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 아이아이는 과일과 수액, 꿀을 주식으로 삼았기 때문에 발효해서 먹을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발전시켰다고 할 수 있다. 술은 과음을 하면 몸에 독이 되지만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해주는 즐거운 기분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건 인간과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아이아이 뿐이라고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