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수정란) 유전자(DNA)를 수정해냈다. 향후 도덕성 등 윤리적 문제와 기술안전성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향후 성인 세포와 동물 배아 세포에서 실험 도중에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줄이는 연구를 진행한다.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기법을 활용해 인간 유전자를 수정했다고 온라인 과학 저널 프로테인&셀(Protein&Cell) 등 외신이 23일 보도했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는 윤리적 논란을 감안해 논문 게재를 거부했다.
유전자 편집 기법은 특정 염기서열을 찾는 ‘RNA 크리스퍼’와 찾아낸 DNA를 잘라내는 효소 ‘Cas9’가 짝을 이뤄 유전체를 원하는 대로 자르거나 붙이고 고치는 기술이다. 일명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불린다.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 바꿀 수 있어 이전 유전자 변형(조작)보다 효율적이고 정밀도가 높다. 지금까지는 농작물 품종을 개량하거나 인간의 성인 세포, 동물 배아를 상대로 유전적 질환을 치료하려는 연구에 쓰였다.
준지우 황 교수를 중심으로 꾸려진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기법으로 지중해성 빈혈증(β-thalassaemia)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변이 헤모글로빈베타(HBB) DNA를 교체했다.
연구진은 총 86개 배아에 RNA크리스퍼와 Cas9를 주입했다. 이후 48시간 동안 각 배아가 8개 세포로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살아남은 71개 배아 가운데 54개가 실험 대상에 올랐고 이 중 28개 배아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구현해냈다. 배아 일부에는 교체될 DNA를 넣었다. 준지우 황 교수는 “정상 배아에서 이 기법을 활용하기 위해선 기술 완성도가 거의 100%에 근접해야한다”며 “아직 미숙하다고 판단해 배아활용 연구는 중단했다”고 말했다. RNA크리스퍼와 Cas9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난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동물 배아나 인간 성인 세포에서 관찰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였다. 준지우 황 교수는 “DNA 전체 염기서열은 관찰하지 않았다”며 “만약 전체 염기서열을 관찰했다면 돌연변이 숫자는 급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버드의대 소속 줄기세포 전문 생물학자 조지 데일리는 “인간의 착상 전 배아에 유전자 편집 기법을 이용한 것은 최초로 이 연구는 랜드마크로 남을 것”이라며 “하지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유전자 편집 기술이 유전적 질병을 없애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에게 사전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에선 중국 과학진이 인간 배아 DNA를 편집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이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연구를 진행할 때마다 수많은 양의 배아가 필요하고 이 기술이 발전하면 향후 ‘맞춤형 아기’ 등을 만들 수 있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란 논란이 일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최소 4개 이상 연구팀이 이를 수행하고 있다.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인간 정자·난자·배아의 DNA는 바꾸지 말자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재생의료연맹(ARM) 의장 에드워드 랜피어와 제1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 기법 개발자 표도르 우르노프 등 생명공학자 4명은 네이처에 ‘인간 생식세포와 배아를 편집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에서 학계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연구를 금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준지우 황 교수는 “이번 실험에 쓰인 배아는 지역 불임 클리닉에서 얻었다”며 “동물 배아나 성인 세포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보다 배아를 활용하면 훨씬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효소 수명을 조절해 돌연변이가 생기기 전 죽도록 하거나 효소 주입 방법을 바꾸는 것, 효소의 농도를 변화시키는 방법 등을 실험할 예정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