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TV에 탑재되는 타이밍컨트롤러(T-CON·티콘)를 자체 조달해 일부 TV에 장착한다. 원가 절감과 테스트 시간 단축을 위해서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과 함께 티콘 보드를 포함한 각종 모듈이 장착된 완제품 형태 패널을 공급받았다. LG전자가 반제품 형태 구매 전략을 다른 부품으로 확대하면 LG디스플레이 모듈 사업 부문 매출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49인치 LCD TV에 처음으로 티콘 보드를 자체 조달해 조립하고 있다. 이 TV는 올해 중순 출시를 목표로 테스트 중이다.
LG전자는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로부터 드라이버IC·티콘 보드·백라이트유닛 등 모듈이 모두 포함된 LCD 패널을 공급받아왔다. 티콘 보드는 LCD 구동 칩에 전송되는 데이터 양을 조절하고 화질을 개선하는 등 LCD 패널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모듈이다.
LG전자가 티콘 보드를 자체 조립하는 가장 큰 목적은 원가절감이다. 완제품 형태로 공급받는 것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단가 인하 여력이 생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자체적으로 티콘 보드를 구매해 장착하게 되면서 한 세트당 3달러 이상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부분품 하나에서 3달러가량 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매우 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해외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에만 적용하지만 향후에는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원가 절감 외에 제품 테스트 시간도 줄어든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두 군데서 모두 검증을 받아야 했지만 LG전자가 직접 조립하면서 테스트 한 번만 거치면 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모듈 조립 사업을 강화하면 그 동안 완제품 형태로 주로 공급했던 LG디스플레이 매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공급단가가 낮아져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른 측면에서는 재고 관리비용이 적게 들고 불량률 또한 낮아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더 유리한 부분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그 동안 중국 TV 제조업체 대상으로만 오픈셀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와 같이 부품 자체 수급을 검토하기 위한 테스트라는 분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만을 구매한 뒤 직접 모듈을 붙여 차별화된 TV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 오픈셀 사업은 시장 트렌드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며 “LG전자 역시 시장 상황에 맞춰 원가절감과 제품 차별화 등을 위해 오픈셀 형태 제품 요구를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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