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손 놓은 ‘저작권 법파라치 방지법’

국회가 저작권 ‘파파라치’를 방지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처리에 손을 놨다. 대안 마련은 물론 논의 자체를 미루고 있어 법안 처리가 3년째 지지부진하다.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권 위반자를 찾아 신고하고 수수료를 받는 저작권 파파라치(법파라치) 고소 남발을 막아 일반인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4월 임시국회에서도 법파라치 방지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3년 11월 관련 법안 첫 발의 후 논의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처리는 여전히 요원하다.

사실상 입법이 중단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대안 법안은 물론 새롭게 제시한 또 다른 개정안 모두 국회 논의 대상에서 뒤로 밀렸다. 세부 내용을 두고 의견은 분분한데 아무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논의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태다.

경미한 저작권 침해를 빌미로 고소를 남발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법파라치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 2013년 말부터 국회는 방지 법안 처리에 의욕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영리목적이거나 피해규모가 6개월간 1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저작권 침해로 형사처분할 수 있도록 한 교문위원장 대안 법안이 지난해 4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갔다. 하지만 수치로 정한 피해 기간과 규모를 두고 실효성·부작용 비판이 제기되며 교문위는 법안 처리를 사실상 포기했다.

교문위는 대신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슷한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소위에서 새롭게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은 저작권 침해를 ‘180일 동안 500만원 이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국회는 개정안을 후순위로 판단해 이번 임시국회 처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 수개월 동안 마땅한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 역시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대안을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며 “일단 소위가 열려야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고소는 계속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사건접수는 2013년 3만6879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기소는 10%에 못 미치는 3260건에 불과하다. 청소년의 우발적 저작권 침해시 1회에 한해 각하 처분 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난해 저작권 관련 청소년 고소는 1464건에 달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