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발전은 반드시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에서 의구심도 많이 나타내지만, 우리가 원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박현거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연구센터장은 “핵융합을 컨트롤하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전은 리스크가 잠재해 있고, 신재생은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핵융합밖에 없습니다. 핵융합이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국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핵융합연구가 태동하도록 토대를 만든 인물이다. 이경수 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 장문식 박사와 함께 셋이서 최덕인 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시절 우리나라 핵융합 모델을 설계했다.
박 센터장은 “1996년 일입니다. 프린스턴대 있을 때 1년간 안식년을 받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며 “프린스턴대 핵융합로 모델을 벤치마킹해 KSTAR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상온핵융합 얘기도 꺼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서 자문도 했습니다. 미국 사업가가 상온핵융합에 대한 투자 요청을 해온 모양입니다. 단호하게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원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거대 사이언스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언급도 했다. 매년 예산을 10%씩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페르미나 NASA, 오크리지 등 국가연구소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는 말도 있다”며 “연구가 자본화하면서 결과물을 ‘돈’으로 나타내라고 요구해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2, 3차원 영상장치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KSTAR에도 이 장치를 붙여 플라즈마를 진단하는데 활용 중이다.
“KSTAR 에너지를 1억도까지 끌어 올려야 연구가 되는데, 현재 4000만도밖에 안됩니다. 논리적으로도 가열장치가 2개 정도는 더 있어야 1억도가 나오는거죠. 1억도를 50초간 유지한다면, 세계가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박 센터장은 또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가열장치부터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온다면, 아마도 플라즈마라는 돌파구로 핵융합로를 만든 사람 가운데서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센터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대 플라즈마 물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 대에서 연구원 생활을 23년간 하다 귀국해 포스텍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UNIST 물리과 교수로 활동하며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