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반도체 장비 공룡 탄생이 무산됐다. 약 18개월간 국가별 합병 승인을 조율했으나 미국과 중국 견제를 뛰어넘지 못했다.
미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기업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이하 어플라이드)와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하 텔)은 27일(현지시각) 양사 합병 추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지난 2013년 9월 합병을 선언했지만 1년 6개월이 넘도록 각 국가별 규제 당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새로운 합병법인 ‘에테리스’ 기업 이미지까지 선보이며 합병 작업에 속도를 냈지만 거대 공룡 탄생을 견제하는 벽은 높았다.
어플라이드와 텔은 새로운 합병 법인으로 얻을 이익이 합병 전보다 적을 것으로 판단해 합병 작업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규제 승인을 검토 중인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합병 승인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도 주효하다.
양사는 올해 초를 목표로 합병을 진행해왔다. 싱가포르와 독일만 합병을 승인하고 한국, 미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는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였다. 어플라이드와 텔은 증착장비 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초강수까지 두며 합병 승인을 요청했으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아우르는 거대 장비기업 출범을 우려한 국가 판단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합병 무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세계 유수 장비 기업이 포진했고 시장이 큰 미국에서 경쟁사 간 견제와 눈치보기가 치열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양사 합병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으로 판단한 분위기다. 한국 역시 양사 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최종 결정을 계속 미룬 것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국내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장비 끼워팔기, 시장 독과점 등을 우려했기 때문에 합병 무산 소식은 국내 장비 기업에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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