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IT 분야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그냥 일상생활 중에 몇 번은 들었을 정도로 사물인터넷은 뭔지는 모르겠는데 익숙한 용어가 돼버렸다. 몇 달을 못 참고 새로 떠오르는 IT 추세성 용어 중에 하나인 듯하기도 하고, 유비쿼터스 컴퓨팅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의미나 대세를 대표하는 기술 분야의 필요성 있는 용어가 아닌데 어찌된 건지 국내에서는 절대적 유행어가 되고 정부의 미래 계획 앞마다 이를 상징하는 ‘u’까지 붙여주는 호강을 했던 성격의 유행성 용어일 수도 있을 것이다. IT 계통 종사자들이나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이제 신생 용어 피곤증이 생겼는지 생각보다는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게 이 단어를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그림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집에 들어오면 내게 맞는 온도로 맞춰져 있고, 냉장고 안의 음식 재고는 냉장고 문에 붙은 모니터에서 관리되고 유효기간도 알려준다. 화재가 나면 알아서 가스를 끄고, 물을 뿌리고, 119에 상황과 위치를 알린다. 내 건강은 24시간 관리되며 불안정한 건강 상황에서는 병원과 자동으로 교류하고, 차 안에 있을 때는 알아서 병원 응급실로 향한다. 자동차끼리는 절대 부딪히지 않고, 운전은 차가 알아서 하며, 나는 차 안에서 쉬거나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에 관하여 깊이 파악해보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기술의 한 단계가 진전됐음을 알려주고 이에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연결성 수준의 확장의 역사가(이른바 네트워크 효과) 있다. 우리가 처음에 음성으로만 연결되던 전화로 인해 큰 사회 변화를 겪고, 그 다음엔 데이터, 이미지, 동영상까지 연결시키는 인터넷을 통해 다시 변혁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결이 사물을 대표하는 객체만 연결했던 것에 비해 사물인터넷은 눈에 띄지 않는 모든 사물까지도 연결해 진정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서는 변화라는 의미가 있다. 포브스의 예측에 의하면 형성되는 시장만 해도 2020년 즈음에는 1000조원 규모를 예상하고 있으니 어쩌면 2000년대 초반의 IT 시장 충격이 재현될 수도 있는 변화의 규모라 하겠다.
사물인터넷 구성에서는 센서 기술, 허브 구성 기술, 플랫폼 관리, 데이터 저장 및 관리, 네트워크 기술, 서비스 모델 구상 등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들과 관련된 하드웨어 개발, 플랫폼 개발, 관리 기술 축적, 클라우드 방식의 적절한 적용, 빅데이터 기술의 활용, 서비스 개발, 네트워킹 기술 개발 등등 사물인터넷 자체에 관련된 개발 및 연구가 진행돼 있어야 하며, 이와 관련된 보안, 지불 방식, 법제도 등 시장활성화를 위한 기술 및 제도적 대비도 이미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에서 작년부터는 사물인터넷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준비를 하고는 있으나 이미 경쟁국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미국이야 예의 그렇듯 민간 투자에 의한 관련 기기 및 기술 개발이 이미 최고 수준이고, 유럽도 이전에 산발적이던 FP7 프로젝트로부터 2009년부터 독립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었으며 2011년을 전후해 EU 주도하에 ‘사물인터넷 전략적 연구개발’ 어젠다를 설정하고 기술, 사회, 환경적 프레임워크를 완성했으며 그 이전에 별도로 추후의 혼란을 막기 위한 참조 모델도 발표했다. 영국, 핀란드 등 개별 국가들도 이와 병행해 사물인터넷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각자의 전략적 방향 설정 및 기술 개발, 산업화를 추진해왔다.
국내에서는 이제 처음 실증단지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반드시 성공 모델화해 뒤처진 기술 및 상용화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할 것이다. 표준에 대한 기준이나 제도적 준비가 이른 시일 내에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불안하게 하는 점은 아직 정해진 참조 아키텍처도 없이 시작하다 보니 확장성과 보편성 등이 향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사물인터넷은 보편적 정보화다. 특정 회사들만 서비스를 만들어내던 이전 인터넷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 이에 대한 많은 준비가 없이 이전의 ICT 정책처럼 접근하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현재의 자동차 생산처럼 대규모 시설로 소수 대기업이 미래에도 자율(주행)차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산업이 같이 도태할 수 있다. 미래의 자동차는 ‘작은 기업도 제조가 가능한, 타고 다니는 휴대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의 방식대로 대기업 홀로 비밀의 신차 개발로 생존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미래 산업의 산업적 변화와 사회적 의미를 잘 파악해보고 대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
김병초 한국외국어대 교수 bckim@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