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EU 당국 세금조사에 우려를 표명했다.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regulatory filing)에서 ‘아일랜드 정부의 애플 법인세 불법 인하’와 관련해 유럽집행위원회 조사 결과가 자사에 ‘심각한(meterial)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EU 세금조사에 공식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발표가 임박한 최종조사 결과에 심각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플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유럽위원회가 아일랜드와 애플 간 법인세 감면 담합을 인정할 때 애플은 지난 10년치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이날 FT는 애플에 부과될 벌금이 25억달러(약 2조6800억원)를 초과할 것이라는 자체 집계 결과를 내놨다.
EU는 이미 지난해 9월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세금공제 명목으로 애플 법인세 납부액을 낮춰 줬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애플은 아일랜드를 일종의 조세회피처로 삼았다. 외국인투자자 특혜제도를 악용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게 EU 시각이다.
미국 세법에 따르면 법인등기를 한 곳이 조세주소지가 된다. 하지만 아일랜드 세법에서는 조세주소지 없이도 법인 등기를 할 수 있다.
애플은 양측 세법을 교묘히 활용했다. 미국에 법인등기를 하지 않고 아일랜드에 법인 등기를 내는 방식으로 양국의 무거운 법인세를 피했다. 이는 애플 이익률이 삼성전자 등 경쟁 제조사 대비 월등히 높은 원인으로 꼽히곤 한다.
아일랜드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애플에 법인세를 경감해주는 대신 애플 유럽 본사나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자국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대 효과를 노렸다. 어차피 법인세는 거둬봐야 상당액이 EU 측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유럽집행위 최종조사 결과는 오는 6월 말 나온다.
EU는 애플 외에도 아마존을 비롯, 스타벅스 등 주요 다국적기업의 세금 탈루 의혹을 조사 중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