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내놓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가정용 시장에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반면 산업용 제품은 가격 대비 훌륭하다는 분석이다.
테슬라가 최근 내놓은 가정용 ESS 배터리 ‘파워월(Powerwall)’ 시리즈가 미국 시장에서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가 7일 전했다.
파워월 시리즈는 7킬로와트시(kWh) 제품과 10kWh 제품 등 2종으로 구성돼있다. 두 제품 모두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설치된 주택에 전력을 공급한다. 7kWh 제품은 매일 사용하는 용도다.
테슬라 자회사이기도 한 솔라시티(SolarCity) 대변인 조나단 배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7kWh 제품이 유용하지만 대다수 미국 태양광 소비자는 여분 전력을 그리드에 저장해뒀다 판매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석했다. 솔라시티도 이 제품을 자사 태양광 패널에 결합해 판매할 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솔라시티는 대신 자사 신규 태양광 패널 시스템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10kWh짜리 파워월을 제공하고 있다. 파워월 하나를 대여하는 것을 포함해 태양광 패널 시스템 전부를 연간 5000달러(약544만원)에 선불 결제하는 상품이다. 9년간 배터리를 빌리거나 개당 7140달러(약776만원)에 추가 구매할 수 있다.
10kWh 파워월은 지금까지 나온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절반 정도지만 정전시 전력 백업용으로만 쓰여 1년에 50사이클 이상 충전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력 공급량도 적다. 연속으로 내보내는 전력이 2kW에 불과하다. 이는 진공청소기, 헤어 드라이기, 전자레인지 등 가전 기기를 하나만 쓸 수 있는 양이다. 겨울철 전기 사용료 상승 원인인 히터를 틀 정도도 안 된다는 분석이다.
파워월은 여러 개 모듈을 이어서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솔라시티는 추가 배터리 구매에 어떤 할인도 제공하지 않는다. 홈데포에서 판매하는 3700달러(약 402만원)짜리 제네락제너레이터(Generac generator) 하나면 파워월을 9년간 4만5000달러(약 4892만원)에 빌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연속 전력을 만들어낸다.
배터리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전력 사용 규제 기조가 계속 된다면 테슬라 가정용 ESS 배터리 잠재적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다. 블룸버그 신재생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내년 테슬라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가 생산을 시작하기 전까지 테슬라가 가정용 배터리 사업에선 큰 이득을 못 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산업용 ESS 배터리 ‘파워팩(Powerpack)’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파워팩은 100kWh짜리 배터리 셀로 최소 500kWh에서 최대 10MWh 이상까지 모듈로 제공된다. 설치비용은 별도지만 가정용 ESS와 달리 각 업체가 할 수 있다. 파워팩 가격은 1kWh당 250달러(약 27만원)에 불과하다.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배터리는 1kWh당 최소 700달러(약76만원)선에서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1kWh당 350달러(약 38만원) 정도가 산업용 배터리 손익분기점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2배 이상인 셈이다. 이들은 배터리 가격이 오는 2020년에서야 이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핵 전문가인 아니 건덜슨은 “테슬라 산업용 배터리가 신규 원자력 발전소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며 “24시간 동안 원전을 돌리는 것보다 이를 활용하는 게 더 싸고 태양광·바람이 부족해도 이를 보상할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