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기술은 시장 역사와 함께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정수기는 원래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서 지표수나 지하수를 정수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1990년대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정수기 사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일시불 판매를 주로 해왔다.
그러다 1997년 IMF로 정수기 산업 시장규모가 확 줄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당시 웅진그룹의 코웨이는 1998년 4월 렌털 마케팅을 처음 도입했다. 정수기 판매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꾼 시도다. 코웨이가 도전한 정수기 렌털 사업은 지금의 1위 자리에 서게 만든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목돈을 들이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렌털 제품은 소비자에게 어필했고 정수기 시장 규모는 커졌다. 차차 경기가 회복되고 수질오염 인식도 높아지면서 정수기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정수기는 일반정수기, 냉정수기, 냉온정수기, 얼음정수기, 복합정수기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이 가장 진보한 것은 바로 ‘얼음정수기’다.
얼음정수기 기술은 청호나이스가 가장 먼저 개발했다. 2003년 청호나이스는 ‘아이스콤보’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아이스콤보는 출시 초기 정수기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제품으로 평가 받으며 관심을 받았으나, 큰 몸체와 전기요금 부담으로 대중적으로 판매가 많이 되지는 못했다. 이 제품은 정수기와 제빙기가 단순 결합된 1세대 얼음정수기였다.
청호나이스는 2006년 본격적인 얼음정수기 시대 서막을 연다. 청호나이스는 하나의 증발기로 제빙과 냉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특허 받은 제빙기술이 적용된 제품 ‘이과수 얼음정수기’를 출시했다. 기존 얼음정수기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제품 크기와 전기요금 문제를 개선한 제품이었다.
청호나이스는 2010년에는 얼음정수기에 와인셀러 기능이 들어간 ‘이과수 얼음정수기 와인셀러’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청호나이스는 2011년 업계 최초로 카운터톱 얼음정수기인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를 내놓는다. 공간상 문제로 설치하지 못했던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으며 얼음정수기 대중화를 이끌었다.
코웨이는 2011년 ‘스스로살균’ 정수기로 높아진 기술력을 자랑한다. 코웨이는 2010년 하반기 갤럽리서치 조사를 실시해 소비자가 정수기 내부살균기능 욕구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2011년에 정수기 위생 강화를 위한 스스로살균 기술을 적용한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CHPI-521L)를 최초로 출시했다.
제품에 탑재된 자가살균시스템은 전기화학반응으로 인체에 무해한 전기분해살균수를 생성한다. 시스템은 내부탱크와 유로내부 등 물이 지나는 곳을 스스로 살균해준다. 살균을 위해 첨가물을 유입하는 것이 아닌 전기화학반응으로 살균수를 자체 생성하기 때문에 완벽한 살균효과를 보이면서도 인체에 무해하다.
2012년에는 국내 판매중인 냉온정수기 중 가장 작은 크기(가로 18㎝×세로 36㎝)인 한뼘정수기(CHP-241N)를 출시한다. 기존 냉온정수기와 비교하면 50% 이상 축소된 크기다. 코웨이는 정수기 크기를 줄이려고 정수기 저장탱크와 온수탱크, 컴프레서를 없애고 순간온수가열 시스템, 전자냉각장치, 나노트랩필터 등 혁신기술을 총 동원했다. 이 제품은 출시 열흘 만에 1만대 이상 판매, 12일 만에 1만5000대 판매를 돌파하며 한뼘정수기 라인업을 구축했다. 코웨이의 한뼘정수기 이후 업계에서 크기 줄인 정수기 출시가 줄을 이었다.
동양매직은 초소형 정수기 나노미니 정수기를 2013년 출시했고, 대유위니아는 2014년 초슬림 정수기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기존 정수기에 융합이 일어나 복합형으로 출시되는 추세다. 업계는 커피정수기, 탄산수정수기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