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레이저 기술과 산업은 취약한 상태다. 대부분 레이저를 해외에서 수입해 응용장비 제작에 적용하고 있다.
‘펨토초(femto second:fs) 레이저’는 1000조분의 1초(10-15초)라는 극히 짧은 펄스폭을 갖는 레이저를 말한다. 기존 나노초 레이저나 연속파 레이저에 비해 펄스폭은 짧고, 첨두 출력은 강해 미세 자연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연구에 활용한다.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다.
업계는 펨토초 레이저를 산업용 장비에 도입하려는 추세다. 하지만 기존 펨토초 레이저는 기초연구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다보니 관련 장비가 크고 비싸다. 펄스 반복률이 낮아 생산성은 떨어지고, 장시간 동작할 때 안정성도 낮아 의료 및 산업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박경엽)은 지난해 지역연구개발사업 ‘서울시 R&D 지원사업’을 통해 ‘펨토초 레이저 광원 제작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만든 펨토초 레이저 장비는 기존보다 크기가 작고, 장시간 동작에도 1% 이하로 출력 안정도를 나타냈다. 기초연구를 넘어 NT, BT, IT, 에너지, 환경 등 산업 현장에 적용해 초미세 그린 가공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KERI와 러시아 합작연구센터인 ‘KERI RSS(Russia Science Seoul)센터’가 개발했다.
KERI RSS센터는 KERI가 축적해 온 레이저 원천 설계와 모듈 제작, 레이저 제작 및 안정화, 상용화 기술에 러시아 광학 기술을 접목했다.
그 결과 펄스폭 180펨토초(fs), 최대 평균 출력 10와트(W), 반복율 500킬로헤르츠(㎑) 특성을 띤 펨토초 레이저 광원 제작 기술을 완성했다.
이 펨토초 레이저는 초미세 영역에서 가공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 적합하다. 초미세 영역 가공 시 충격파에 의한 왜곡이나 표면 파편 잔해, 열에 의한 주변 재료 변질, 미세 크랙 발생 등 부작용 없이 섬세하게 가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발광반도체 등 핵심 산업분야에서 초미세 레이저 가공 기술과 응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전기전자 시장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기술 개발로 연 8000억원 이상 수입대체 효과도 예상된다. 우리나라 차세대 레이저 광원기술 수준도 선진국 대비 30%대에서 9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KERI는 이 기술을 한빛레이저, 이오테크닉스에 이전(총 18억원)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광훈 KERI 전자기파응용연구센터장은 “산업현장에 적용 가능한 최첨단 레이저 기술을 개발, 초정밀 안과수술 등 의료산업과 차세대 정보 저장장치 등 IT산업, 초고속 영상 등 바이오 산업에서 초미세 레이저 가공장비 시장 문을 열게 됐다”며 “특히 빈약한 국내 레이저 산업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미래 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