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부터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3∼4월 예약판매 기간 동안 지난해보다 부진했던 판매가 회복된 데다 올해 여름철 무더위 예고가 이어지면서 가전업계는 올해 에어컨 시장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11일 가전·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는 4월 마지막 주 이후 지난 주말까지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롯데하이마트와 삼성전자·LG전자는 최근 2주간 에어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지난 2013년 200만대 시장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날씨와 세월호 사태 여파로 20% 정도 시장이 역성장한 바 있다. 올해 예약판매 기간에도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우려가 컸지만 최근 2주 사이 급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주말까지 전체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는 신제품 성능과 이벤트보다는 날씨(높은 기온과 습한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왔다”며 “여름철을 앞두고 빠르게 판매가 늘면서 올해 내수 에어컨 시장은 지난해 판매량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무더위 예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에어컨 제조사와 유통업계는 날씨 예보에 아주 민감하다. 이를 감안해 생산량과 마케팅 수위까지 조절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초유의 더운 여름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 해양 대기 관리처(NAOO)와 영국 기상청(Net Office), 중국 국가기후중심(NCC) 모두 올해 엘니뇨 영향으로 ‘가장 더운 해(Hottest year)’가 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는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삼성은 광주, LG는 창원이 주요 생산 거점이다. 생산라인 가동은 물론이고 본격적 여름철 수요에 맞춰 배송·설치 인력 보강까지 마쳤다. 5월 이후 광고 확대와 이벤트 마련 등 마케팅 자원 투입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델명 변경 없이 지난 2013년부터 ‘Q9000’ 시리즈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다. 누적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은 히트상품이다. LG전자는 올해 새로운 콘셉트 ‘휘센 듀얼 에어컨’을 프리미엄 신제품으로 소구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에어컨 구매 패턴을 보면 예약판매 기간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고 실제 날씨가 더워져야만 매장을 찾는 습관이 뚜렷하다”며 “날씨는 아무도 모르는 만큼 날씨와 시장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에어컨 판매량은 ‘천수답’처럼 돼 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가전업계는 에어컨에 공기청정·제습·바이러스 제거·절전 기능 등을 대폭 보강해왔다. 이는 여름철 무더위 시즌은 물론이고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가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조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