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이식한 철심이나 전자회로를 수술로 제거하지 않아도 체내에서 녹아 흡수되거나 환경오염 물질을 감지하는 친환경 센서를 만들 수 있는 비정질 산화물 기반 트랜지스터 연구가 제시됐다.
진성훈 인천대 교수, 이종호 서울대 교수, 존 로저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대면적 디스플레이 양산 소재인 비정질 인듐갈륨아연 산화물(a-IGZO)을 바이오 호환성이 있는 폴리비닐알코올(PVA) 기판에 구현하고 시험을 마쳐 응용 가능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물리학협회(Institute of Physics) 출판 그룹 커뮤니티 웹사이트인 나노테크웹(nanotechweb.org)에서 ‘바이오 호환성 있는 트랜션트 트랜지스터(Transient transistors are biocompatible)’로 소개했다.
물에 완전히 녹는 a-IGZO 기반 트랜지스터는 인체 내에서 녹아 없어질 수 있어 다양한 의학용 임플란트 재료나 환경감지 센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보안 목적 하드웨어나 군사용 기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다.
최근 세계 의학·재료 학계에서는 인체 내에 잠시 존재했다가 기능을 다한 후 녹아 흡수되거나 분해되는 차세대 ‘트랜션트 전자기기(transient electronics)’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별도 수술이 필요 없고 인체에 무해해 새로운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군사용 기기,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군사용 드론(무인정찰기)은 포획되거나 추락하면 어떤 기밀 정보를 수집했는지 적군에 노출될 수 있다. 이때 특정 역할을 하고 원할 때 파괴할 수 있는 트랜션트 전자기기 기반 기술을 적용하면 원격으로 중요한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신개념 공학기술이다.
진성훈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기존 실리콘이 아닌 대면적 디스플레이 양산 기술을 기반으로 박막 형태 극소량 a-IGZO를 능동층으로 활용했다. 전자회로를 구성하기 위한 필수 회로 요소인 인버터와 링오실레이터를 바이오 호환성이 있는 PVA 기판에 구현하고, 실제로 분해하는 실험까지 완료해 응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소량 a-IGZO는 바이오 호환성이 높은 게 특징이다. a-IGZO 기반 양산 소자에 사용하는 몰리브덴(Mo), 질화막(SiNx), 산화막(SiOx) 등은 물에 녹는 재료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기존 a-IGZO TFT 소재와 소자 구성을 그대로 활용해 새로운 트랜션트 전자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진성훈 교수는 “양산 소재와 소자 기술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외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a-IGZO 회로 집적도와 성능을 개선해 실제로 적용 가능한 수준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물인터넷(IoT)에 적용할 수 있는 트랜션트 RFID와 인공 코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다. 호흡으로 발생하는 가스를 감지해 병을 진단하는 개념이다.
진 교수는 “헬리코박터 균이 있으면 호흡할 때 황화수소 가스가 발생하고 폐암이 발병하면 톨루엔 같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기는 데 이를 쉽게 진단하고 친환경적으로 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