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 금융 종합온라인시스템을 도입, 최초로 금융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우리나라가 일본과 금융정보화 수준 격차를 10년 이상 벌렸다. 25년 만에 한국형 금융정보시스템을 역으로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외면 받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맹목적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금융사 관계자를 이끌고 방한한 요코쓰카 히로시 일본정보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1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사 대부분은 최고정보책임자(CIO) 제도를 정착, 정보기술(IT)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반면에 일본은 여전히 전산운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정보화는 일본을 앞서 이미 그 격차가 10년 이상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요코쓰카 부회장 등 방문단은 지난 7일 방한해 하나은행, 삼성생명, IBK시스템, 서울시, LG CNS, 투비소프트 등을 방문해 벤치마킹했다. 방문단은 국내 금융사가 도입한 상품개발시스템 등 정보시스템이 일본 금융정보시스템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사는 2000년대 차세대 프로젝트로 상품개발시스템을 구축했다. 개인화된 맞춤형 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당시 출시된 우리 금융업계의 ‘독도통장’이 대표적이다.
분석·설계 과정에 많은 기간을 할애하는 한국 IT개발 프로젝트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요코쓰카 부회장은 “일본은 프로젝트 기간 중 50% 가까이를 테스트에 둔다”며 “이는 비즈니스 이해 없이 시스템 안전성만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통한 가치 창출보다는 장애 없는 운영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다.
한국 IT기업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요코쓰카 부회장은 “IBK시스템, LG CNS 등은 우수한 인재를 보유 체계적인 개발 방법론을 갖고 있다”며 CMMI레벨5 인증 획득과 높은 중장기정보화전략(ISP)과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능력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 IT기업이 일본에 진출, 한국형 금융정보시스템 수출을 제안했다.
우수한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기(ATM)망, 온라인 기반 다양한 비즈니스를 보유한 한국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시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지 10년이 된 일본도 현재 대부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해 쇠퇴한 상황이다.
요코쓰카 부회장은 “일본 대형 금융사가 다양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제공, 인터넷전문은행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지 못해 어려워 한다”며 “일본보다 인터넷 금융서비스가 훨씬 더 발달된 한국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국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대형 유통사와 인터넷 기업이 수수료 수익 외에는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다.
일본 정보서비스산업협회는 1984년 설립, 회원사가 600개에 이르는 경제산업성 산하 대표 단체다. 요코쓰카 부회장은 일본 최대 보험사 계열 IT서비스기업인 도쿄가이조니치도시스템즈 대표를 역임한 뒤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