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소기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텔 등 글로벌 대기업이 장악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SSD에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낸드 플래시메모리 패키지를 자체 설계·제작해 대기업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향후 전자파 차폐장치를 포함하는 임베디드 형태 SSD도 추가 개발해 산업용 데이터 저장장치 분야 기술 차별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썬시스템(대표 이선상)은 256기가바이트(GB) 용량 초소형 엠닷투(M.2) 규격의 차세대 SSD를 독자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M.2 SSD는 80×22㎜ 차세대 소형 크기로, 노트북PC 등에 널리 쓰이는 mSATA보다 크기는 작지만 용도에 따라 다양한 길이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판 설계부터 낸드 플래시메모리 패키지를 자체 제작해 기존 제품보다 성능 대비 단가를 20% 이상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SD는 컨트롤러와 다수 낸드 플래시메모리, 전원회로 등으로 구성된다. 낸드 플래시메모리가 원가의 80%를 차지한다. 썬시스템은 구성품 대부분을 자체 제작했지만 SSD용 컨트롤러는 국내 노바칩스와 대만 SMI 제품을 적용했다.
M.2 SSD에는 대용량 낸드 플래시 메모리 설계능력과 고밀도 실장에 대한 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설계기술을 탑재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자체 개발에 성공한 업체가 없다.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은 대만 중소업체 ADATA, 이노디스크 등에서 수입해 공급한다.
앞서 썬시스템은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설계하기 어려운 32GB 대용량 메모리 패키지를 직접 개발해 SSD 보드에 적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SSD 기술력을 기반으로 초소형 M.2 SSD까지 개발했다.
천종옥 썬시스템 연구소장은 “정보기술(IT)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이전되면서 HDD 대안 기술로 휴대성 좋고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른 SSD가 주목받고 있다”며 “노트북PC·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우선 적용하고, 블랙박스·서버와 같은 산업용 특수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최근 서버용 2.5인치 SSD도 개발했다. 국내 슈퍼컴퓨터 전문업체와 통신사에서 막바지 성능 테스트가 한창이다. 전자파 차폐장치를 포함하는 임베디드 형태 SSD도 추가 개발하고 있다.
천종옥 연구소장은 “한국전자, 노바칩스 등 국내 중소·중견업체와 SSD 제품 공동사업을 협의하고 있다”며 “연합전선을 구성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SSD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