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물류 배송에 드론 적용,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일

물류·유통업계에 무인기(드론)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물류 배송에 드론을 활용, 보다 효율적인 체계를 갖춘다는 것이다. 최근 아마존은 드론 배송 방법인 ‘프라임 에어’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 특허를 받은 기술은 배송을 담당하는 드론끼리 어떻게 통신을 주고받는지, 어떻게 날씨 정보를 주고받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해 집이나 회사 주소가 아닌 수령자 현위치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DHL이 배송 실험 운행에 활용한 드론.
DHL이 배송 실험 운행에 활용한 드론.

국내 물류 배송체계에도 드론을 적용할 수 있을까. CJ대한통운 등 대형 물류업체 중심으로 배송에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재로서는 실제 물류 배송에 드론을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격오지에 소규모 물건을 배송하는 데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물류 배송에 드론을 적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전파법과 항공법에 따라 드론이 운행될 수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몇 곳 없다. 현재 18곳만이 가능하다. 드론 조정 무선기기는 10메가와트(㎽) 출력 이하로, 통제가능 거리는 100~200m로 제한돼 있다. 특히 도심 지역 내에서는 항공법에 의해 특정 높이 이상은 날 수도 없다.

국내 한 대형 물류업체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대부분 배송 지역은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심지역인데, 상당수 도심지역은 항공법 등으로 운행이 불가능하다”며 “드론을 물류 배송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는 하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걸림돌에 규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드론을 활용하는 것보다 차량 운송이 더 낫다는 게 물류업계 입장이다. 택배 서비스 등으로 물건을 받는 사람의 80% 이상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도심지역이다. 차량에 대량으로 물건을 실어 배송하는 것이 드론에 하나씩 달아 배송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국토 면적이 한정돼 있고 교통인프라가 우수하다는 것도 드론 활용을 꺼리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든 하루 만에 배송이 가능한 교통망을 갖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토 면적이 넓어 외진 곳에 떨어져 사는 가구가 많지도 않다.

드론이 실어 나를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얼마 안 된다는 것도 한계다. 연구 중인 드론이 실어 나를 수 있는 물건의 무게는 1~2㎏ 정도다. 책이나 가벼운 의류를 제외한 상당수 물건은 드론으로 배송할 수 없다. 드론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원격 조정시스템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수십 ㎞를 날아가 정확하게 위치를 찾아, 배송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집까지는 찾아간다 하더라도 현관을 찾을 수가 없다.

드론업계 관계자는 “조정사가 시야에서 사라진 드론을 가정집이나 회사 등 현관 앞을 제대로 찾아 물건을 내려놓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치 추적으로 주변까지는 정확하게 갈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집 뒤편이나 주차장에 물건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를 모두 극복한다 하더라도 육상 도로처럼 하늘에 드론 길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형 물류업체 한 곳에서 하루 배송되는 물량만도 500만개에 이른다. 하늘에 최소 수천 개의 드론이 운행되게 된다. 이들 간에 충돌로 인한 사고도 발생될 수 있다. 자칫 오작동으로 사람에게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물류업계 CIO는 “드론 적용에 대한 연구가 지나치게 유행처럼 이뤄진다”며 “현실 가능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지 연안에 있는 섬이나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격오지 군부대 등에 소규모 물건을 배송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