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 시장 평가가 사뭇 달라졌다. 외산 SW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과거지사다.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산 SW까지 속속 나타난다.
토종 SW 업체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상대적으로 싼 임금에도 외산 SW를 대체하고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밤을 새운 개발자도 있었다. ‘SW 중심사회’를 구호로 시장 활성화를 밀어준 정책도 한몫했다.
물론 축배를 들 타이밍은 아니다. 갈 길이 멀다. 선진국과 SW 시장 규모 비교는 그 자체가 의미 없다. 오라클이나 MS 같은 거대 SW기업도 국내에는 없다. 그럼에도 SW산업에 기대감은 커진다.
SW산업에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가지 고질병이 있다. ‘SW 사대주의’다. 일부 발주자는 습관처럼 다국적 제품을 선호한다. 나중에라도 문제소지가 적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외산에는 제값을 주면서 국산은 깎으려 하는 행태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두 사례가 있다. 유지보수요율과 특정규격 명시다. 유지보수요율은 SW 업체 안정적 연구기반을 위한 필수요소다. 이 때문에 정부까지 나서서 요율 현실화를 주문한다. 현장 발주자가 보는 국산SW 가치는 여전히 낮다. 외산SW 구매를 고려해 외산에 유리한 특정규격을 적기도 한다. 국방관련 A기관은 입찰 과정에 작성된 구매요구서에 외산 특정규격 SW를 시스템 핵심 솔루션으로 명시했다. 국산SW는 입찰 참여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예산과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서라지만 외산제품을 염두에 둔 발주다.
국산을 무조건 보호·우선하는 게 SW산업 발전을 위한 최선은 아니다. 하지만 동등한 자격으로 페어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는 제공해야 한다. 막연한 사대주의에 젖어 SW 중심사회를 향하는 행보에 찬물은 끼얹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