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이니지 전담조직 신설… "올해를 사이니지 `초격차` 원년으로"

삼성전자가 디지털 사이니지 영업 전담조직을 신설, 지난해 주춤했던 사업에 힘을 싣는다.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TV 이후 수익을 창출할 기업 간 거래(B2B) 해답으로 사이니지를 낙점했다. 지난 2월 인수한 미국 LED(발광다이오드) 사이니지 전문 업체 ‘예스코’와의 통합효과도 조기에 실현한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LCD와 LED를 모두 갖고 있는 강점으로 ‘초격차 전략’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현지시각 10일부터 13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B2B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5에 참가한다. 사진은 ISE 2015 삼성전자 부스. 2015.02.10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현지시각 10일부터 13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B2B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15에 참가한다. 사진은 ISE 2015 삼성전자 부스. 2015.02.10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 소재 수원디지털시티에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업계 관계자를 초청, ‘스마트 사이니지 포럼’을 개최했다. 이현식 삼성전자 한국총괄 B2B영업팀장(상무)이 2015년형 삼성전자 사이니지 신제품을 소개했다. 이 상무는 LED와 아웃도어 신제품을 소개하며 “예스코 LED 기술력과 시너지를 창출해 사이니지 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예스코 제품이 ‘삼성(SAMSUNG)’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사이니지 초격차 원년으로 삼았다. 한국총괄 산하에 사이니지 영업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는 VD사업부 제품 중 일부로 취급,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했다. 지역 B2B 총판에 영업을 맡기고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과 공급, 총판네트워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2월 예스코 인수와 함께 한국총괄 산하에 26명 규모 전담조직 ‘사이니지 세일즈그룹’을 신설, 급을 격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제품 명칭을 조직 이름에 넣은 건 B2B 영업에 있어 비중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고 입을 모은다. VD사업부에서도 김석기 엔터프라이즈비즈니스사업팀장(전무)이 예스코 인수를 지휘하며 B2B에서 사이니지 비중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이니지 업계 독보적 1위다. 경쟁사 추격이 거세지자 ‘사이니지 초격차’ 필요성이 대두됐고 예스코 인수로 이어졌다. 2013년 업계 4위권이었던 LG전자가 최고 경영진 주도로 제품을 늘리고 영업력을 강화해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았고 파나소닉 등 일본 업계도 매출을 늘리는 등 LCD만으로는 업계 1위 유지에 한계라는 게 삼성 판단이다.

LED는 일본의 시장선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쓰비시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100m 길이 4K LED 사이니지를 자력으로 개발·설치하는 등 일본 업계가 삼성에 밀린 LCD 대신 LED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법적으로 옥외 전광판 설치가 국내보다 자유로운 덕에 내수에서 쌓은 경험이 발판이 됐다. 결국 삼성은 LED에서 자력 개발로 일본과 경쟁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북미·유럽권 수주 경험이 풍부한 예스코는 매력적 인수 대상이었다.

‘삼성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유연한 사업 기조도 내보였다. 지난 1월 CES에서 공개한 LED 제품 ‘스마트 사이니지’에는 미국 크리 광원을 썼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LCD 수직계열에만 의존하면 사이니지 사업 미래를 담보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이 올 초 추진한 전국 직영매장 리뉴얼 사업에 입찰해 디지털 사이니지 1000여대를 공급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해 매장 내 홍보영상 상영, 고객 안내 등에 활용된다. 20억원 규모 작은 사업이지만 광고시장 불황으로 사이니지 업계가 먹거리 찾기에 나선 가운데 따낸 의미 있는 단일 사업이라는 평가다.

15일 포럼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경쟁사 추격을 뿌리칠 카드로 LED를 준비했다”며 “VD사업부가 수익이 정체된 TV를 극복할 카드로 사이니지를 선택한 이상 올해 삼성 사이니지는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