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열린 한국, 유라시안 네트워크

이민화의 유라시안 네트워크 (1)

[칼럼] 열린 한국, 유라시안 네트워크

1. 창조경제와 역사인식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 입각한 한강의 기적은 이제 그 소명을 다했다. 과거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넘어가는 추격자 전략에서는 국가의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최초개척자(First Mover) 전략에서는 정체성 확립이 전제 조건이 된다. 이제는 모방의 원가 절감에서 창조의 가치창출로 국가 발전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역사의 맥락 이해는 창조경제 구현의 필수 조건이다. 이제 한국의 시공간을 확장하는 역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닫힌 국수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과거 지향 일변도의 역사관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서로 기여하는 선순환의 역사관이 필요할 때다. 과거에서 미래를 보고, 한국에서 세계로 나가는 열린 한국 역사의 재정립이 필요한 때다.

2. 열린 한국, 노마드 네트워크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는 주변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목인(NOMAD)은 이동 수단을 독점하여 무역을 관장하고 부를 축적하였다. 현재에도 세계의 부는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몽골리안 유라시안 역사는 전세계 주류 사학에서 배제되어 있다. 역사는 이제 정착관점의 지역사관에 교류관점의 열린사관이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E.H.카는 “ 역사는 무엇인가?”에서 " 역사는 사관과 사실의 결합이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주장하였다. 사실 전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사관으로 역사를 편집하고 있다는 의미다(편집은 왜곡을 포함). 한국은 반대로 실증사학이라는 식민사관으로 자국을 폄하하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국수주의도 경계해야 하나, 사대주의는 더욱 배격해야 창조경제로 가는 미래가 열릴 것이다.

3. 몽골리안 역사의 복원

흔히들 몽골 제국을 “파괴의 제국”으로 보는 것은 마치도 일본의 역사관으로 한국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오류일 것이다. 징기스칸의 원정은 일관되게 실크로드의 무역권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몽골 제국이 이룩한 3대 업적으로 1) 제국 전체의 정보 물류망의 정비 2) 지폐을 통한 무역의 편리성 도모 3) 수 많은 통행세를 소비세 하나로 단순화 한 것을 꼽고 싶다. 이러한 놀라운 업적이 “전세계적 무역 제국의 건설” 이라는 뚜렷한 국가 아젠다가 없이 우연히 나타난 결과라고 보는 것은 오히려 비논리적이다. 몽골 제국은 개방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이룩된 최초의 글로벌 무역 제국이었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PAX MOGOLIA하에서 세계 무역은 촉진되었다.

몽골리안 노마드의 역사는 17세기에 전환점을 맞는다. 육상에서 해양으로 무역의 주도권이 전환되는 것이다. 이 시기의 단면을 분석해 보면 왜곡된 유럽과 중국 중심 사관의 문제가 도출될 것이다.

17세기의 세계 4대 제국은 유럽의 합스브르크가의 신성로마제국, 중동의 오스만 터키 제국, 인도의 무굴 제국, 그리고 중국의 淸제국으로 꼽고 있다. 이들 4대 제국의 특성을 분석해 보면 신성로마 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제국은 몽골리안 노마드 제국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우연인가? 필연일까?

10세기이후의 中近東 지역의 패권은 몽골리안 국가들의 몫이었다. 우리 역사에 돌궐로 나타나는 투르크 계통의 국가는 셀주크 터키를 시작으로 술탄 지위을 이어받아 이집트의 아유브왕조, 몽골의 불패 기마군단을 격파한 맘루크 왕조, 中近東을 재통일한 오스만 터키에 이르기 까지 이집트, 시리아, 터키, 이란 등 중동 일대를 지배해 왔다. 전성기 오스만 궁정은 베네치아, 제노바등 유럽 무역도시의 대사들이 이권 획득을 위하여 각축했던 곳이다.

인도의 무굴 제국이 몽골리안 제국이라는 사실은 이름으로부터 자명하다. 무굴은 바로 무굴 제국을 건설한 바부르 대제가 인도를 정복하고 그의 선조이자 징기스칸의 후예를 자부하는 티무르 제국의 창건자 티무르의 유언에 따라 “ 몽골 제국의 부활”을 선언하면서 붙인 이름인 것이다. 그러나, 인도는 이미 10 세기이후에는 예외없이 아프카니스탄 출신 투르크계 왕조의 지배를 받아 왔다.

사실 중국 역시 10세기 이후에 중국 민족 자체의 왕조는 실제로 明나라 하나뿐인 것이 역사의 엄연한 사실적 해석이다. 宋 나라의 경우에는 성립 초기부터 거란의 요에 복속하였으며, 북위보다 짧은 60년만에 강남으로 축소이전했다. 이후는 아는 바와 같이 모두 몽골리안 국가들이다. 金,淸 제국은 몽골리안 국가 중에서도 우리 한민족과 가장 가까운 국가이다. 金나라와 淸나라를 건립한 만주족의 역사서 金史와 흠정만주원류고에서는 만주족의 시조를 新羅 왕족 출신인 김 함보로 기술하고 있다. 만주족의 聖山은 백두산이요, 그들의 신화는 선녀와 나무꾼이다. 이미 淸나라 건국 5백전에 그들의 선조 아골타는 金나라를 건국했다. 몽골리안 제국은 우연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이집트에서 중앙유라시아와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10세기 이후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는 것이다. 불과 300년전 까지는 몽골리안의 전성시대였던 것이다.

중국의 명나라는 영락제이후 국경 전체를 폐쇄하는 닫힌 국가가 된다. 몽골제국과의 무역으로 수입되던 비단, 차, 향료의 가격이 폭등하자, 유럽의 최후진국인 리베리아 반도 국가들에게 기회가 왔다. 이슬람 상인의 인도하에 개척한 동방 항로는 이들 국가에게 부의 원천이 되었다. 이후 네델란드가 개발한 플류트 선박과 주식회사 제도는 획기적인 해양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바야흐로 대항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17세기를 보자.

오스만 터키는 동방 무역의 감소로 인한 국부의 저하에 1683년 오스트리아 빈 공략의 실패이후 쇠퇴의 길로 들어서 1716년 오스트리아 전쟁 패배후 가장 먼저 쇠락하기 시작한다. 1739년 무굴 제국은 이란의 나디르 샤의 침입으로 수도 델리가 함락되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청 제국은 1735년 옹정제의 서거이후 국력이 점진적으로 하강하기 시작하여 1799년 건륭제의 서거로 급격히 약화되었다. 전체적으로 3대 유라시안 제국은 18세기를 들어서며 황혼기를 맞기 시작하는데 반하여 유럽 제국들은 해양 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해상 네트워크의 형성을 완성해 간다. 유럽 제국은 대항해 시대를 통하여 확보한 시장을 바탕으로 국부를 축적하고, 1760년대 영국을 시작으로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국가 산업 생산력을 배가 하게 된 것이다. 유라시안 몽골리안의 핵심역량이었던 말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군사적, 교역적 우위는 사라지게 되어 군함과 대포, 무역선의 경쟁력을 근간으로 하는 유럽 해양 세력에 세계의 패권을 넘겨주게 된 것이었다.

4. 유라시안 네트워크

세계의 질서는 나름대로의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앵글로 색슨, 유태인, 중국인, 라틴, 무슬림 등 수 많은 네트워크가 종횡으로 연결되어 국제 경쟁 질서를 형성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이러한 네트워크가 없는 유일한 인종이 있다. 바로 몽골리안 인종인 것이다. 한국의 미래전략으로 이러한 몽골리안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외교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한국의 리더십 구축을 제언한다.

사실 몽골리안인들은 17세기까지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세기 네트워크가 없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의 핵심은 몽골리안 역사의 복원으로 시작한다. 지역 중심의 유럽과 중국의 역사관에서 교류 중심의 노마드 역사관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터키, 카자흐스탄, 베트남, 페루, 멕시코, 헝가리 등의 각 지역 거점 국가들과 확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국가 동반성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이민화

한국 벤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메디슨을 설립하였으며 ‘벤처계의 선구자’, ‘IT계의 산증인’ 이민화 회장은 기업호민관 시절 중소기업의 규제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현재 카이스트 초빙 교수로 기업가 정신 교육과 영재기업인 육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벤처 협회 명예회장으로 벤처 기업 전략 자문을 하고 있는 한편, (사)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으로 국가 발전전략의 맥락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사)유라시안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열린 한국의 정체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라시안 네트워크, 한경영, 창조경제, 끝나지 않은 도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