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업계 ‘올플래시’ 주도권 놓고 신경전 가열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스토리지 업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5일 EMC와 IBM 사이에 1위 소동이 일었다. IBM이 시장조사 자료를 인용해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게 불씨가 됐다. IBM은 “판매 대수와 용량 기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며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EMC가 즉각 반박했다. 같은 시장조사에서 올플래시 매출 1위는 EMC가 차지했는데, IBM이 혼동을 줄만한 표현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IBM은 이후 ‘최고 매출’이란 표현을 ‘판매 1위’로 수정했다.

신경전은 이에 앞선 지난 11일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EMC와 바이올린메모리 간에 벌어졌다. 한국EMC가 올해 국내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80% 점유를 목표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바이올린메모리가 발끈했다.

제프리 모리슨 바이올린메모리 아태지역 영업총괄 부사장은 “누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목표임을 비꼬아 지적했다. 외국계 IT기업 임원이 경쟁사 사업 계획이나 실적과 관련해 비판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스토리지 업체 간 신경전이 빈발한 건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싸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스토리지 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올플래시 스토리지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SSD를 포함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만으로 구성된 저장장치를 뜻한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전통의 스토리지보다 월등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국내 스토리지 시장이 위축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259억원 규모에서 2018년 435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올플래시 스토리지는 앞으로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반 스토리지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뿐만 아니라 인지도 등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기업 간 경쟁 심리가 신경전으로 표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다시 안 올 큰 기회기 때문에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