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아이언맨 심장’으로 엔진을 만든다. 팔라듐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에게 핵융합 에너지를 제공하는 물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기 수소연료전지차에 백금 촉매 대신 백금·팔라듐 혼합 촉매를 사용한다. 팔라듐은 백금 다음으로 촉매 활성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팔라듐을 활용하면 차세대 자동차로 꼽히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가격 인하에 최대 걸림돌인 백금 촉매물질을 대체할 수 있다. 촉매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10년 내에 백금 촉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우선 백금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대체 물질로는 팔라듐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으로 얼마까지 가격을 내리겠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2020년까지 가격을 40%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에 성공하면 연료전지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전지 가격은 차 가격에서 40~60%를 차지한다. 핵심 소재인 백금 촉매는 한정된 매장량과 비싼 가격으로 수소차 확산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연간 채굴량을 모두 모아도 수소차 8만대 분량이 전부다.
현대차는 혼합 촉매 개발과 함께 백금 자체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 수입업체를 거쳐 들여오는 것보다 절반가량 싸게 조달할 수 있다. 두 가지 방안이 모두 성공하면 수소연료전지차 값을 일반 준대형차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월에도 도요타 FCEV ‘마라이’ 출시에 맞서 투싼 FCEV 가격을 8500만원으로 40% 넘게 내렸다.
팔라듐 사용 선결 과제는 산성 내구도 확보다. 연료전지 내부는 강한 산성이기 때문에 부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계에서는 염기성 연료전지 연구도 진행 중이지만 수년 내 상용화는 어렵다고 본다. 연료전지 촉매로 비싼 백금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팔라듐은 1.0볼트(V) 전압에서 녹아버리지만 백금은 1.3V 전압에서도 견딘다. 팔라듐을 단일 촉매로 사용할 수 없고 백금과 혼합 촉매로 사용하는 이유다. 두 물질 최적 혼합 비율과 구조를 찾으면 촉매 활성을 유지하면서도 부식을 막을 수 있다. 팔라듐 혼합 비율에 따라 원가 절감 폭도 달라질 전망이다.
국내 한 연료전지 전문가는 “팔라듐으로도 촉매 성능은 나오지만 연료전지 내부 강한 산성을 견디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백금과 적절히 배합하면 팔라듐 부식을 백금이 막아주기 때문에 최적 배합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