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파산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간접으로 딸린 식구만 수만명이다. 팬택을 중심으로 20여년간 형성된 휴대폰 제조 생태계도 위험하다.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팬택’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올해로 창립 24주년을 맞은 팬택은 이미 많은 직원이 그만두고 1100여명이 남았다. 파산하면 이마저도 회사를 떠나야 한다. 500여 협력사 직원은 7만명으로 추산된다. 연쇄파산으로 이어진다면 파장은 예측 불가다.
팬택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엮인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붕괴도 예상된다. 팬택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협력업체에서 구입한 부품만 1조5000억원어치나 된다. 그만큼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팬택은 20년 이상 자체 마케팅·조달·생산·AS·관리 역량을 키워왔다. 이 역량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결코 단기간에 복원하기 힘든 국가적 자산이다.
팬택이 2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도 휴지조각이 될 처지다. 기술 인수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헐값에 넘어가고, 이마저도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팬택 매각 추진 중에도 기술력을 보고 인수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매각은 무산됐다.
팬택은 올해 1분기 기준 등록특허 4099건, 출원특허 1만4810건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연구개발 투자 금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팬택이 사라지면 가뜩이나 국내 생산비중이 줄고 있는 휴대폰 생태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국내 휴대폰 생산량은 2007년 8400만대에서 2013년 3800만대로 64.8%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 ‘팬택’이라는 브랜드가 사라진다는 게 가장 큰 손실이 될 지 모른다. 팬택은 20여년 간 누적 매출 29조원, 누적 수출액 14조원을 기록한 국내 대표적 중견 휴대폰 제조사다. 이처럼 큰 업적을 남긴 회사가 한 순간 국내외 어디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기준 우리나라 스마트폰 수출액은 7억1000만달러로 작년동기 대비 40.2%나 감소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