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올림피아드 경시대회(KOI)가 또 말썽이다.
지난 23일 치러진 KOI 지역본선대회에서 문제풀이 유형이 바뀐 것이 발단이 됐다. 이를 주최 측이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학부모가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7월 지역본선대회에서 문제출제가 잘못돼 대회 사상 최초로 채점을 다시 하는 일이 벌어진 지 1년도 채 안 됐다.
주최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측 운영 미숙인지, 응시생들이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인지는 둘째 문제다. 소프트웨어(SW) 분야 국내 최고 인재들이 자유롭게 기량을 겨뤄야 할 대회가 매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SW를 향한 학생과 학부모 열정에 비해 KOI를 진행하는 주최기관 준비가 다소 ‘가벼웠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험 준비를 도왔던 한 교사는 “문제풀이 유형이 바뀌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전에 공지해야 했다”며 주최기관 운영방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오랫동안 유지해온 문제풀이 유형을 바꿨다. 응시생 혼란은 충분히 예견됐다고 봐야 한다. 응시생 10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시험을 친 후 문제풀이 유형이 바뀐 것을 알았다는 것은 대회 준비가 그만큼 미흡했다는 증거다.
사실 KOI는 그동안 SW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멍석’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수학적 지식과 논리적 사고력이 필요한 알고리즘 및 프로그램 작성능력을 이 대회에서 평가받는다.
전국 본선대회 수상자는 해외 대회에 나가 SW 실력을 세계에 뽐낼 수 있는 기회도 잡는다. 물론 입상성적이 대학입시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KOI에 참가하기 위해 평균 1년씩 준비한다. SW에 관심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KOI가 SW 분야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로 자리매김하려면 한 단계 더 성숙해져야 한다. 철저한 사전준비로 SW에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학생과 학부모가 더 이상 상처받는 일부터 없어야 한다.
정부는 SW 중심사회로의 전환과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 초석이 되는 SW 교육과 실행 방법이 부실하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쌓은 탑이나 다를 바 없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