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후폭풍이 병원계로 번졌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머문 병원 이름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 감독당국이 검토에 착수했다. 일단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확대된다. 의료진 감염이 늘어나면서 병원계는 협회 차원에서 의심환자 내원 시 행동지침을 전달, 의료진 보호에 나섰다.
2일 정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확산으로 사회적 혼란이 확대된 가운데 메르스 감염환자가 머문 병원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인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지나갔던 홍콩도 우리 정부에 메르스 환자가 머문 병원 이름 공개를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로서는 발병 지역과 관련 병원은 비공개가 원칙이라고 밝혔다. 단, 의료인 대상으로 격리 대상자와 발생 의료기관 이용 현황을 확인하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한다.
복지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기관 이름을 공개했을 때 오해를 받거나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공개보다는 의료인에 한해 공개할 계획이다. 병원을 공개하면 경영상 이유로 메르스 환자 내원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것도 비공개 이유다. 권준욱 복지부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앞선 브리핑에서 “선진국도 전염병 확산 시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체 대상으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 비공개에 대해 반대 시각이 적지 않다. 메르스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돼 지역과 병원을 공개, 적극적 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가 불명확한 메르스 관련 괴담을 잠재우기 위해 명단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는 “신체 위험 요인을 궁금해 하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병원협회는 의료진 감염 예방을 위해 행동지침을 병원에 전달했다. 병원 의료진은 메르스 의심환자 내원 시 마스크 등 보호장구 착용을 지시했다. 발열 37.5℃ 이상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고 중동지역 방문이나 메르스 확진환자 접촉여부가 있으면 메르스 환자로 분류한다. 이후 환자격리를 하고 즉시 신고한다. 환자도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한다. 격리병실이 없는 병원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한다. 이송 시 의료진은 마스크와 장갑, 눈 보호장비 착용이 필수다.
각종 괴담이 유포되면서 특정 지역이 메르스 발병지역으로 언급돼 해당 지역 방문자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사회적 문제도 야기됐다.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SNS 등 인터넷에 떠도는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조사, 법적 처리할 방침이다.
■메르스 감염 예방 수칙
메르스 감염 환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감염 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일반인은 무엇보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한다. 비누로 충분히 손을 씻고 비누가 없으면 알콜 손세정제를 사용한다.
기침·재채기 시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휴지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린다.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말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접촉을 피한다.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한다.
중동지역 여행 시 철저하게 예방수칙을 따른다. 앞서 언급된 일반적 감염병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여행 중 농장과 동물을 접촉하지 않는다.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낙타유는 먹지 말고 사람이 붐비는 장소는 가급적 방문을 자제한다. 부득이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한다.
의료인은 환자 진료 전 후 반드시 손을 씻거나 소독을 한다.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거나 간호 시 반드시 N95마스크와 장갑, 1회용 가운, 눈 보호장비 등을 착용한다. 체온계, 청진기 등 환자 진료도구는 매회 사용 후 소독한다. 병실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병원 내 감염관리수칙에 따라 처리한다. 환자 입원 치료는 음압격리병상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만 수행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