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컴퓨터나 소프트웨어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컴퓨터가 우리의 지능, 본능과 현실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일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인프라가 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이해해서 창조하고 안목을 가지는 길도 인도한다.
컴퓨터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보편만능의 기계(universal machine)’라고 일컬어진다. 컴퓨터는 20세기 수학자들의 큰 꿈이 철저히 좌절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좌절을 엄밀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고안된 소품, 그것이 21세기 정보혁명의 주인공 컴퓨터다.
이 책에는 컴퓨터의 최초 개념이 출발한 원조 논문의 탄생 배경과 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컴퓨터를 아이디어가 아닌 ‘제품’으로 실현시키기까지는 100여년 시간이 필요했다.
스위치 기술이 부울 논리를 만나 날개를 달고, 스위치만으로 컴퓨터의 모든 것이 차곡차곡 만들어지는 과정이 완성된다. 컴퓨터를 만능이게 하는 소프트웨어. 이 SW를 잘 만드는 방법은 뭘까. 이를 위해 컴퓨터과학은 무엇을 밝혀내야하나.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이 책은 컴퓨터과학 고유의 원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바로 소프트웨어가 일하는 방식인 ‘알고리즘’과 그 소프트웨어를 표현하는 ‘언어’에 대한 탐구다. 정보이론과 암호, 개인인증 등 컴퓨터과학 원천 아이디어가 나온 이야기와 의미를 들려준다.
원천지식의 동기와 근본을 꿰뚫는 시각을 튼튼히 한다면 다양한 응용의 한계와 가능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곳을 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소프트웨어 교과과정 도입 움직임에 대한 학계 시각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SW 교육 목표는 우리를 둘러싼 디지털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형성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철학이다. 몇 가지 프로그래밍 명령어나 가르쳐 주는데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컴퓨터과학의 난해한 개념이 저자의 마술 같은 손놀림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컴퓨터과학에 궁금증을 갖고 있던 일반 대중에게는 새로운 세상 탐미의 교양서다. 컴퓨터과학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젊은이에게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전문가에게는 컴퓨터과학의 진면목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술서다.”
도경구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말하는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 이광근은 KAIST 전산학과 교수와 미국 벨연구소 소프트웨어 연구원,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선도연구센터 센터장, 과학기술부 지정 창의연구단 단장 등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광근 지음. 인사이트 펴냄. 1만8000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