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매각 작업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지나치게 높은 기업 가치가 문제라는 게 시장 분위기다. 인수 의지를 밝힌 아이에이 외에 추가 인수 대상자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동부하이텍 매각 작업이 1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이다.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하반기에 구체적인 매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아이에이 외에 새로운 인수 협상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가격’이다. 최근 동부하이텍이 실적 턴어라운드를 하면서 기업 가치가 올해 초 대비 약 2배 이상 오른 것은 부담이다. 가뜩이나 높게 책정된 가격이 더 높아져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매각을 추진할 당시와 현재 동부그룹 상황이 달라진 것도 새로운 변수다.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이 자율협약과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그룹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인 것도 동부하이텍 매각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은행은 최근 동부하이텍 지분 구조가 달라지는 등 새로운 시장 상황을 감안해 다시 매각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동부하이텍 지분 중 어느 정도를 매각 대상으로 내놓을 것인지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새롭게 시장에 제시한 지분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는지도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동부하이텍 인수 의사를 밝힌 아이에이는 줄곧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동진 아이에이 회장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직접 동분서주한다. 동부하이텍 매출이 아이에이보다 약 12배 많을 정도로 격차가 크지만 반도체설계(팹리스)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김 회장 의지로 풀이된다.
아이에이 역시 높은 인수가는 부담이다. 인수전에 참여해 지난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당시 스스로 자격을 포기하고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내부적으로 아이에이-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인수 대금 규모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에이 측은 “여전히 동부하이텍 인수 의지는 강력하다”며 “하지만 경쟁사 대비 시장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다면 실제 인수전 참여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