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트리밍 음악 시장에 진출하면서 실리적 개방노선을 선택했다. 아이튠스 기반 다운로드라는 폐쇄형 정책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신규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을 선보였다. 팀 쿡 애플 CEO 발표 중 눈에 띄는 점은 애플뮤직이 자사 ‘iOS’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윈도용으로도 개발됐다는 점이다. 애플뮤직은 오는 30일 전 세계 100개 국가에서 서비스된다. 가을에는 안드로이드OS, 윈도OS 기기도 지원한다.
애플뮤직은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폐쇄형 생태계 틀을 깨고 나온 첫 사례다. 향후 애플 다른 서비스 역시 안드로이드 기기로 개방될지 주목된다.
회사는 그동안 철저히 아이폰, 아이패드, 맥 컴퓨터로 이어지는 자체 생태계 내에서만 모든 사업을 진행해 왔다. 기존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도 아이팟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 자체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경쟁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를 배척하는 구도였다.
애플은 이날 애플뮤직을 공개하면서 안드로이드 기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글로벌 음악시장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음악 전문가는 애플 위기감이 안드로이드 끌어안기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세계 음악 다운로드 시장을 장악했던 아이튠스 점유율은 점차 줄어 지난해 37%를 기록했다. 전체 다운로드 시장도 줄었다. 스트리밍 시장은 지난해 전년 대비 45% 증가하며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스웨덴 스타트업 스포티파이는 86%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급성장했다.
스트리밍 시장 강자 스포티파이는 애플 iOS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에서도 사업을 확대 중이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애플 iOS용 구글 뮤직 앱을 일찌감치 선보였다. 이 밖에 아마존 등도 생태계 구분 없이 사업 확장 중이다.
애플은 향후 다른 서비스도 안드로이드에 개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자체 OS 필요 없이 앱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여러 콘텐츠 분야에서 안드로이드 기기까지 포용하게 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