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경마,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 `개막`...금융권 대대적 판도 변화

카지노와 경마, 경정, 경륜, 복권 사업 등 국내 대표 사행산업에 카드 결제가 허용됨에 따라 국내 경제 구조 개편은 물론 금융권 서열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특히 수조원대 황금 시장인 경마와 복권 시장에서 농협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를 사실상 허용하는 유권해석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복권사업과 경마 사업에 체크카드 도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국 마사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지정맥 방식의 전자카드제와 함께 현금IC카드 도입을 병행하는 협의에 착수했다.

이미 일부 참여기관과 구체적인 로드맵 등 입찰 공고도 준비중이다. 구매권과 마권, 배당금 배분 등을 모두 현금IC카드로 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가 사행산업이 아닌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마권 구매시간 단축과 현금소지에 따른 불편을 모두 해소하고 안전한 결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금IC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복권사업 또한 농협을 중심으로 카드 결제 도입이 추진된다. 카지노와 경륜 등 대표 사행산업에도 카드 결제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행산업에 카드 결제 도입을 놓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음지에 있는 사행산업을 양지로 끌어들이고 투명한 세수 확대를 위해 카드 결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오히려 사행산업 소비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반대여론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공여와 관련 없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 허용은 해야한다”며 “다만 사행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세부적인 결제 한도와 가맹점 수수료 문제 등은 해결과제”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 감정이 좋지 않은 사행성 사업에 공감대 없이 카드결제 도입을 밀어붙이는 건 시기상조”라며 “국민 공감대를 얻고 세부 법률 상충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내린 유권해석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수년간 허용하지 않던 카드 결제를 왜 지금 시점에 완화했는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금융위는 신용카드 사용 금지 규정이 있는 여전법에 대해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제 여전법 시행령에 나와있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제외한다’란 문구가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허용한다는 해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체크카드 등이 사행산업에 허용됨에 따라 금융권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수조원대 사행산업을 초기에 누가 선점하는지에 따라 은행과 카드사 등의 시장지배력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