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 수출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으로 국내 시장을 이끌었던 티맥스소프트는 인스퍼정보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스퍼정보 서버에 자사 DBMS를 탑재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사용자환경(UI) 개발 툴 업체 투비소프트는 미국 넥사웹 UI사업부와 넥사웹 일본법인을 인수했다. 투비소프트라는 이름 대신 넥사웹 브랜드로 판매된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최근 SW 수출 사례에는 아쉽게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없다. 기존에는 일본·중국·동남아시아 국가에 해외지사를 내고 시장을 직접 공략하던 방식으로 SW 수출을 타진했다. 이제는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하거나 현지기업을 인수합병(M&A)해 글로벌에 진출하는 방식이 대세다.
국산 브랜드와 가치가 해외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애석하게도 상당수 우리 SW기업은 해외 지사를 철수하거나 직접 수출사업을 접었다. 현지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SW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대부분 미국산이 장악한 해외시장에서 이름도 생소한 한국 중소기업이 관심을 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제품 성능과 영업력은 차후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일본시장 공략에 성공한 SW기업 대표는 “일본시장에서 나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산임을 드러내지 않고 현지 유명 유통사와 협업체계를 구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해외 현지업체 공조 없이 우리 브랜드로 SW를 수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수시장이 좁으니 해외로 나가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국산 SW 수출 활성화를 꾀하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나 기업은 국가와 SW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 단독이 아닌 우수기업 연합체를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좋다. SW 수출만큼은 ‘나’가 아닌 ‘우리’가 힘을 모아야 메이드 인 코리아가 가능하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