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오큘러스 크레센트베이)를 쓰니 금세 중세 시대 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봐도 위를 봐도 여전히 광장 한 가운데다. 내 캐릭터는 어디 있을까. 아래를 보니 갑옷을 입고 큰 칼을 든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캐릭터 입장에서는 내가 어깨 위에 떠 있는 셈이다. 손에 쥔 패드(XBOX용 패드)를 조작해 캐릭터를 움직여 봤다.
왼쪽 스틱을 움직이니 캐릭터가 움직이고 오른쪽 스틱으로는 나의 시점을 상하좌우 360도 바꿀 수 있다.
박성준 애스커 PD는 “키보드 조작도 가능하지만 (HMD를 써) 앞이 안 보이는 만큼 패드로 조작하는 것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칼을 휘두르고 점프도 해봤다. 이미 한 차례 VR게임(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1인칭 슈팅게임 모탈블리츠VR)을 경험해 본 터라 예상했지만 일반 화면으로 게임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몰입감이 느껴졌다. 거짓말 조금 보태 ‘직접 전장을 뛰는 느낌’을 받았다.
몬스터를 잡을 때는 실제 없는 진동까지 느꼈다. 게임은 이미 가상현실을 전제로 하지만 VR기기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가상현실 단어 그 자체다.
VR 콘텐츠의 가장 큰 적은 어지러움이다. 감각을 속이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오는 괴리가 어지러움증으로 나타난다. 실제 몸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뇌는 내가 뛰거나 움직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가상현실 속 움직임이 격할수록 어지러움이 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난관을 뛰어넘으려면 콘텐트와 VR기기 간 최적화가 중요하다.
애스커 VR 플레이에서는 어지러움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HMD를 벗고 나서 약간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것이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인지 VR 때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개발진은 3분기 출시 전까지 계속해서 애스커 콘텐츠와 오큘러스 기기 사이 호환을 다듬을 계획이다.
모탈블리츠VR과 차이점이라면 애스커가 더 빠른 속도로 게임이 진행됐다. “1인칭 시점 게임은 아무래도 어지러움 때문에 속도를 일부러 낮추기도 하지만 애스커는 3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만큼 기존 게임 속도를 살렸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참 뛰어다니며 ‘칼질’을 하는데 뒤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고래를 돌리니 거대한 석상이 벽을 부수고 튀어나왔다.
일반 화면에서라면 정해진 연출에 따라 이 장면을 봤을 테지만 가상현실 속에서는 어느 곳에서 어떤 이벤트가 일어날지 예측이 어렵다. 내가 보는 시점 외에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긴장감은 배가 된다.
박 PD는 애스커를 VR로도 즐길 수 있게 만든 첫 번째 이유로 “액션게임 특성상 깊은 몰입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VR이 콘텐츠 가치를 높여줄 훌륭한 도구라는 이야기다.
VR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광원이나 그래픽 등 콘텐츠에 적용한 효과를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소개했다.
그는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게임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요구하는 이용자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애스커 VR 서비스로 이 같은 눈높이를 만족 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