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시중은행,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공동으로 ‘금융권 핀테크(Fintech) 오픈 플랫폼’ 구축에 착수한다. 폐쇄적인 핀테크 플랫폼에서 탈피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기업에 은행 전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하는 유례없는 대형 프로젝트여서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16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시중 은행이 모여 ‘핀테크 오픈 플랫폼’ 구축을 위한 1차 협의를 시작했다.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웹케시 등은 은행권 공통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1차 핀테크 오픈 플랫폼 회의를 열었다.
현재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 중인 곳은 농협 외에는 전무하다. 시중 은행이 개별적으로 플랫폼 구현에 나서기보다 개방형 핀테크 플랫폼을 함께 구축해 핀테크 기업의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하자는 취지다.
핀테크 오픈 플랫폼은 표준화된 금융 API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고 핀테크 기업은 이를 활용해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API는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으로 할 수 있는 계좌이체, 거래내역 조회 등의 기능을 이업종이나 개인이 가져다 활용할 수 있는 금융인프라다. 수많은 핀테크 기업이 이를 활용해 제3의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은행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이 구축되면 국내 핀테크 산업 진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송금결제와 신금융, 빅데이터 등 정보부문, 보안, B2B에서 B2C를 아우르는 모든 사업자를 은행권 공동 핀테크 플랫폼과 연동해 새로운 개방형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종의 핀테크 맵을 만드는 대형 사업이다.
그동안 IT기업 전유물로 인식됐던 ‘오픈플랫폼’을 금융사가 공동으로 구축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에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금융사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개별적으로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핀테크 기업이 또다시 여러 은행을 찾아다니는 일이 발생한다”며 “공동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면 이 같은 비효율을 없앨 수 있고,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시장 공략에도 핀테크 사업에 여러 사업자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 플랫폼 구축에 은행권도 대부분 우호적인 시각이다. 플랫폼 구축에 대규모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은행이 함께 참여하면 리스크 부담도 덜하고 비즈니스 표준화 모델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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